A.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통념은 오랜 기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퍼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국가에서 남녀의 수학 성적에 적지 않은 격차가 나타났고요. 또 역사상 유명한 수학자도 대부분 남성이었는데요. 2014년 이란 출신의 마리암 미르자카니(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1936년 제정)을 받았는데 78년간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습니다.
중2 딸이 “여자는 수학 약해요?” 묻는데 …
물론 수학 최상위권만 따진다면 아직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습니다. 2017학년도 수능 수학 가(자연계)에서 1등급을 받은 응시자 중 남학생이 9566명(76.8%)인 반면 여학생은 2882명(23.2%)으로 집계됐습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학 가형 응시자 중 남학생 비율(65.5%)이 높다는 걸 감안해도 1등급 학생 중엔 남학생이 좀 더 많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학생이 더 많이 응시하는 수학 나(인문계)도 1등급 중엔 남학생(52.4%)이 여학생(47.6%)보다 많습니다.
사실 성별과 수학 실력의 상관관계는 학계에서도 논쟁거리입니다. 최근엔 선천적 차이보다 문화적 요인에 주목하는 연구가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남녀 평등의 문화를 가진 나라일수록 수학 격차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딱 부러진 답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고 믿는 여학생은 실제로도 수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2006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여학생 225명을 3년간 연구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수학 시험을 두 번 치게 했는데 두 시험 사이에 그룹별로 다른 글을 읽게 했죠.
연구팀에 따르면 ‘남성이 선천적으로 수학을 잘한다’는 글을 읽었던 그룹은 첫 시험에 비해 두 번째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5~10개 정도 늘어났습니다. 반면 ‘수학과 성별은 관계없다’는 글을 읽은 그룹은 틀린 문제가 5~10개씩 줄었고요. 무의식 속에 ‘수학에 약하다’는 정보가 있다면 학습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실험으로 입증한 거죠.
필즈상의 첫 여성 수상자 미르자카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소년, 특히 여학생에겐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님이 수학을 어려워한다면 “넌 할 수 있다”는 격려부터 하세요. 부모의 칭찬에 용기를 얻는 데엔 남녀가 따로 없으니까요.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