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추억하고 재현하는 트렌드는 방송·음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특히 패션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돌아오고 있다.
게스·휠라·타미힐피거데님·리복·노티카 등이 그 주인공으로, 당시 젊은이들이 유행을 좇아 무리해서라도 하나쯤 사들였던 캐주얼·스포츠 브랜드들이다. '무슨 메이커냐'가 또래 사이에서 과시의 수단이 됐던 당시 일부러 철자 하나 틀리게 박은 '짝퉁' 로고 제품이 무수히 쏟아져 나올 정도로 최고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보다 대중화하고, 지극히 단순하고 절제된 미니멀 디자인이 대세가 되면서 맥을 추지 못했다.
90년대 로고가 돌아왔다…더 크고 선명하게
게스·휠라·타미힐피거 등
스트리트 패션 대세에 부활
게스는 2016년 게스코리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아이템을 선정한 ‘국민시리즈’를 내놓았다. 게스 본사 차원에서는 미국 힙합 아티스트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협업한 '레트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게스 하면 떠오르는 역삼각형 안에 물음표 로고를 티셔츠·바지·천가방 등에 빼놓지 않았지만 티셔츠 길이를 대폭 줄이고 컬러를 더하는 식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타미힐피거는 캡슐컬렉션 '타미진'을 선보이며 90년대 히트 아이템을 소환하는 중이다. 지난 시즌(2016 F/W)부터 브랜드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패딩조끼·비니에 이어 올 봄에는 후드티셔츠와 넉넉한 품의 청재킷 등을 대거 등장시켰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한동안 주춤하던 브랜드들도 후발 주자로 나섰다. 노티카는 올 초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힙합 뮤지션이자 노티카 매니어인 릴 야티를 영입했고, 리복은 흥행 보증수표인 톱모델 지지 하디드를 모델로 기용하며 화려한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또 요즘 패션계의 가장 큰 플랫폼이 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로고와 상표가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트렌드 분석기관 트렌드랩 506의 이정민 대표는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크고 선명한 로고는 이미지 정보가 쏟아지는 온라인에서 한순간에 이목을 끄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90년대 부의 과시 수단과는 또 다른 개성의 표현 수단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대상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모델이 된 이들이 공통적으로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SNS에서 막강한 팔로어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