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출신 방송인 김제동(43)씨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찾았다. 지난 26일 오전 4시43분쯤 주한미군이 사드 핵심 장비들을 성주 사드 기지에 반입한 지 나흘 만이다. 김제동씨는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김밥을 나눠먹으며 그들을 위로했다.
한 80대 주민은 김씨에게 26일 경찰에게 밀려 생긴 멍 자국을 보여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찰이랑 밀고 당기다가 멍이 시커멓게 들었다. 마을 주민들 골병 다 들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은 "좀 있으면 소성리도 다 없어진다. 소성리는 미국의 한 주(州)가 되고 말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에 대해 "할매·할배들 울고 싶을 때 막 우시고 웃고 싶을 땐 웃고 성질 내고 싶을 땐 성질 내고 그렇게 하시면 된다"면서 주민들을 위로했다. 주민들은 김씨의 가슴에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달아줬다.
김씨는 이날 정오쯤 마을회관에 도착해 주민들과 4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사드저지평화회의가 주최한 '사드 불법 반입 규탄 평화행동' 집회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주민과 김밥 먹으며 대화 주고 받아
"주권자 다치게 한 이들 책임 물어야"
김씨는 "여러분들 마음속에 갖고 있는 게 '혹시 이것이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지면 어떡하나' '혹시 우리 빨갱이 소리 들으면 어떡하나' '댓글 보면 그렇게 욕하는 글이 많던데' 이런 생각들일 것이다"며 "제가 바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누구보다도 여러분들이 이 나라 사랑하는 애국자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번 연휴는 제발 소성리로 오셔서 할매 할배들이 지어주시는 따뜻한 밥도 한 끼 드셔보시고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할매 할배들의 눈빛을 봐 주시고 아이들과 함께 오셔서 진짜 평화가 무엇인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이 땅의 평화를 지켜내는 일이고 진짜 재밌는 휴가가 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성주=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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