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위한 행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기후변화를 부인할 뿐 아니라(백악관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백신회의론자나 진화론을 부인하는 창조론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에 포진하고 있다. 과학적 증거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은 과학 예산도 삭감했다.
주최 측에서 조사한 ‘과학을 위한 행진’ 참여 동기를 보면 ‘과학적 사실과 증거를 갖고 정책을 만들 것을 행정 당국에 촉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제일 많았다.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경고가 ‘과학을 위한 행진’의 핵심 가치임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촛불이 타올랐던 광화문광장에서 이뤄진 이 작은 행진은 비상식을 몰아낸 여세를 몰아 반과학적이서 반민주적인 우리들 속의 트럼프, 우리들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박근혜를 몰아내는 불씨가 될 것이다. ‘과학을 위한 행진’은 과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고 비민주적인 세상이 바뀔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런 세상을 위한, 그런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는 우리들 자신을 위한 행진이다.
이명진 과학저술가·천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