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자랑거리는 아주 가끔이다. 맞벌이 부부의 삶이란 게 해결해야 할 문제의 연속이다 보니 부딪힐 일도 많다. 다만 남편과 합의를 본 건 있다. ‘우리는 똑같이 일하고 돈 벌고 있으니 집안일도 남자 일과 여자 일을 나눌 게 없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맞벌이를 했던 친정 부모님도 그렇게 살았다. 어릴 적 내 교복을 비롯한 모든 옷의 다림질은 아버지 몫이었다. 주방을 안방처럼 생각하는 아버지는 지금도 요리를 거뜬하게 한다. 그는 한마디로 ‘센 척하지 않는 남자’였다.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던 대통령 후보의 변(辯)은 “내가 세 보이려고 그랬다”였다. 그런 강박은 평생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지난 25일 JTBC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센 놈’ 퍼레이드는 계속됐다. 설거지 발언의 그는 ‘지지율 1위 후보’에게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지지율 1위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군이 약해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되묻지 않았다.
그 이상한 질문 덕분에 나는 지지율 1위 후보가 가진 센 것과 약한 것에 대한 편견을 읽었다. 큰 소득이다. 논란이 일자 그는 “성희롱의 우려 때문이었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성희롱은 군이든 어디서든 엄벌해야 할 범죄일 뿐 군을 약하게 만드는 것과는 별개다. 아들만 둘 워킹맘인 나는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센 놈 타령을 그만 듣고 싶다. 센 놈 몇몇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든 적은 별로 없었지 않나.
박수련 이노베이션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