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안경’ 징크스... 문재인 깰까, 안철수 이을까

중앙일보

입력 2017.04.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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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김 시대’의 한 축인 김종필 전 총리와 ‘대쪽’ 이회창 전 총리는 대통령이 되진 못했다.
 
 김 전 총리는 3김 중 유일하게 대권(大權)을 잡아보지 못했고, 이 전 총리는 세 차례(1997·2002·2007년)나 분루(憤淚)를 삼켰다. 이 전 총리는 97년 15대 대선에서의 1.6%포인트 차,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2.3%포인트 차로 졌다

화가 강형구 씨가 캐리커처로 표현한 전직 대통령 6명의 두상.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무현·김대중·박정희·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 가운데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이 대목에서 어느 관상가의 한마디.(그는 현재 서울시내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실명 공개를 원치 않는다)

역대 11명 대통령 중 ‘안경 착용자’는 2명뿐
미국도 20세기 이후 배출된 20명 중 단 3명

 “이봐, 안경잡이 대통령 봤어?”

1997년 11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공동정부 구성, 내각제 개헌 등을 전제로 대선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러고 보니 김·이 전 총리 모두 안경이 트레이드마크였다. 김 전 총리는 젊은 시절 검은색 선글라스를 즐겨 썼고, 평상시에는 검은색 뿔테안경을 자주 썼다.  
 
 이 전 총리는 무테안경을 애용했다. 안경 덕분에 이 전 총리는 지적이면서도 대쪽 같은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캐리커처.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이명박·노무현·김대중·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 이 가운데 평상시 안경을 썼던 사람은 윤보선·최규하 전 대통령 2명뿐이다. [중앙포토]

 초대 이승만부터 18대 박근혜까지 청와대를 거쳐갔던 대통령 가운데 취임일 기준으로 윤보선(4대)·최규하(10대) 전 대통령 2명을 제외한 9명이 안경을 쓰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들 두 사람은 간접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기도 하다.
 
 재임기간도 짧았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8월~1962년 3월까지 1년7개월, 최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부터 1980년 8월까지 8개월에 그쳤다. 
 
 적어도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로는 ‘안경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징크스라면 징크스,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안경이 때로는 소통의 장벽 된다” 지적도
 
 직선제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무 중 이따금 안경을 쓰긴 했다. 하지만 선거운동기간에는 쓰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워싱턴, 케네디, 프랭클린 루스벨트 , 레이건, 링컨, 제퍼슨, 루스벨트를 제외하면 모두 안경을 쓰지 않았다. [중앙포토]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20세기 이후 배출된 20명의 대통령 가운데 안경 착용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해리 트루먼 세 사람뿐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20타수 3안타, 타율이 고작 1할5푼인 셈이다.  
 
 안경 쓴 대통령이 적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은 서로 눈빛을 보면서 신뢰를 쌓는 법이다. 그런데 안경이 때로는 소통의 장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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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 5명 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경을 쓰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비(非)안경파’다.
 
 19대 대선에서 대통령의 안경 징크스는 이어질까, 깨질까.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