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그 최적의 타이밍일까. 대선 정국에 느닷없이 가수 전인권의 자작곡 ‘걱정 말아요 그대’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블랙푀스’라는 독일 밴드가 1970년대 초 발표한 노래와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26일 언론까지 가세하며 삽시간에 공론화됐다.
독일 노래를 실제 들어보니 코드 진행과 후렴구 등에서 엇비슷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도 “유사성이 있다는 데 일부 동의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임씨는 “표절은 친고죄다. 원곡자가 아닌 제삼자가 왈가왈부하는 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도 평론한 지 얼추 30여 년 되는데 ‘블랙푀스’는 처음 들었다. 한국 네티즌, 정말 못 말린다”고 했다.
지나친 음모론일 수 있다. 왜 문빠만 걸고넘어지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 처음 발표됐다. 이후 여러 번 화제가 됐고, 특히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되며 ‘국민위로송’으로 등극했다. 표절을 지적하고자 했다면 기회가 숱하게 있었다는 얘기다. 전씨가 정치적 커밍아웃을, 그것도 문빠가 아니라 ‘안빠’로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오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표절을 전면 부인한 전씨는 “정치적 견해를 표했다가 신상털릴까 겁난다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며 “인터넷은 바깥세상과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그토록 공분했던 건 민주주의 원리인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제도의 억압’이 아닌, 정의로 포장된 ‘다수의 폭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엇이 더 끔찍한지는 지나온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