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인터뷰
‘노동 대통령’을 꿈꾸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과로 사회”라며 "집권하면 노동시간을 반드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11일 앞두고 심상정(58) 정의당 후보가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TV토론 정국을 거치면서 2%대에 머물던 지지율이 세 배 이상 뛰어올랐다. 27일 발표된 CBS노컷뉴스·리얼미터 조사에서는 7.5%, 지난 24~25일 실시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는 8%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 후보는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결국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심상정 구도로 갈 것”이라며 “진보정당이 소수당인 데다 상대적으로 문 후보가 개혁적이기 때문에 문-심 구도를 생각 안 했지만 문-심 구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데 상상력이 미치면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중앙일보·JTBC 주최 토론회에서 단일화 얘기가 나오자 ‘굳세어라, 유승민’이라며 파이팅을 외쳤는데.
- “그분들이 따뜻하고 깨끗한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바른정당을 시작했잖나. 제가 바른정당 의원들을 보니 ‘배 부르고 등 따습다가 집 나오니 고생이다’ 이런 분위기 같더라. 새로운 노선의 정당을 제대로 세우는 데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유 후보의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는 뜻에서 격려를 한 거다.”
- 다자대결 구도가 돼야 진보 단일화 압박을 피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나.
- “과거의 올드 정객들이 큰 기술을 쓰고 네거티브 공세로 판을 뒤집으려 해도 이제 공작적인 선거전략이나 잔수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가 달라 단일화가 안 되는 게 아니라 제3지대로 표현되는 이합집산을 국민이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동력이 안 생기는 것이다.”
-문재인과 ‘진보 단일화’ 생각 없나
‘심알찍’ 심상정 알면 심 찍는다
이번 대선 결국 문·심 대결 될 것
-민주당 집권해 통합정부 제의하면
선거과정의 연대는 생각 없지만
대선 후 공동정부 참여는 열어놔
-토론서 ‘굳세어라, 유승민’ 왜 했나
새 노선 만드는 길 독립운동과 같아
유 후보의 따뜻한 보수 꿈 격려한 것
- 문 후보와의 진보 단일화도 없다는 뜻인가.
- “문 후보와 왜 제가 단일화하나. 문 후보는 상수(常數)다. 지금까지 상수인 문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반기문·안희정·안철수 후보까지 끊임없이 2등 후보를 갖다 붙여봤다. 그런데 안 됐다. 진지하게 대보지 않은 유일한 후보가 저 심상정이다. ‘심알찍’,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
- 진보정당에 대해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통합진보당을 거치면서 진보정당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저와 정의당은 더 많은 국민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다. 신념도 중요하지만 책임과 다양성을 갖춘 합리적 진보로 노선을 준비하고 있다.”
- 집권하면 가장 강하게 밀어붙일 공약을 하나만 꼽는다면.
- “노동시간 단축이다. 우리 사회는 과로사회다. 일을 많이 하는 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지금처럼 일에 찌들려서 어떻게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한가.”
- 법률을 만든다 해도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눈치 안 보고 일찍 퇴근할 수 있겠나.
- “대통령 직속으로 노동시간단축위원회를 만들겠다. 우선 40시간제를 지키고 본인이 원할 경우 52시간제를 엄격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국세청·공정위·금융위 등이 원칙대로 역할하게 하면 대기업들이 큰 손해를 보고 페널티를 지불하느니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게 될 거다.”
-가장 강하게 밀어붙일 정책은
대통령 직속 노동시간단축위 만들어
칼퇴근 안 시키는 기업 페널티 줄 것
-진보정당 ‘무섭다’는 사람 있는데
통진당 거치면서 부정적 인식 심어줘
책임과 다양성 갖춘 진보 길 갈 것
-정의당에 안보 맡기면 불안 의견엔
선거마다 보수 측이 안보장사한 탓
군 현대화 통해 선진강군 만들겠다
- 정의당 의석(6석)으로 국정운영이 가능할까.
- “촛불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 누가 되더라도 소수정당이라 연합정치가 불가피하다. 우선 민주당·국민의당·시민정치세력이 그 대상이다.”
- 민주당이 집권해 통합정부를 하자고 하면 정의당도 참여한다는 뜻인가.
- “선거 연대는 없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 공동정부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선 열어 놓고 있다.”
- 진보정당에 안보를 맡기는 건 불안하다는 인식이 있다.
-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의 안보장사가 기승을 부려서다. 안보장사가 실질적인 정책과 공약을 다 말아먹었다. 보수정당은 안보를 정치에 이용해왔고, 천문학적 방산비리를 방조해왔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 70~80% 완료해온 군현대화를 아직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자율지능형 군대로 개편해 실제 선진강군을 만들겠다.”
- 닮고 싶은 여성 지도자는 누군가.
-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거품이 없고 생활정치,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둔 정치를 한다. 보수·진보를 떠나 정치적 셈법을 하지 않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선택을 하는 정치가 제가 추구하는 정치와 많이 닮았다.”
이소아·채윤경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