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66만원 돌려주는 연금저축, 3명 중 1명만 가입

중앙일보

입력 2017.04.27 01:00

수정 2017.04.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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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연말정산 환급분을 받아든 직장인 한모(38)씨는 작은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지난해 300만원을 연금저축펀드에 넣었는데 세금으로만 49만5000원을 돌려받았다. 공돈이 생긴 것 같아 기뻤다. 그런데 직장 동료는 400만원을 넣어서 66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씨는 ‘씀씀이를 줄여 100만원만 더 넣었더라면 16만5000원을 더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연금저축은 최대 400만원까지 연간 불입액의 16.5%(연소득 5500만원 이하, 초과는 13.2%)에 해당하는 세금을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세제혜택 덕분에 내집마련을 위한 ‘만능청약통장’과 함께 사회 초년생의 가입 필수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연금저축에 가입한 직장인은 3명 중 한 명 꼴에 불과했다. 연간 납입 금액도 세액 공제 한도(400만원)의 56%인 223만원에 그쳤다.

납입금액 평균도 223만원 그쳐
혜택 줄어든 데다 불경기도 영향
돈 한 푼 안 넣은 계좌 191만 개
“세제지원 확대 등 보완책 마련 중”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금저축 가입자는 556만5000명으로 근로소득자 1733만명의 32.1% 수준이었다. 신규 가입자는 2015년 말(550만1000명)보다 6만4000명(1.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적립금은 118조원으로 2015년 말(108조7000억원)보다 8.5% 증가했다.
 
김금태 금감원 연금금융실 팀장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세제 혜택이 줄었고 경기 사정이 좋지 않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670만7000계좌(한 명이 복수 가입 가능) 가운데 돈을 한 푼도 넣지 않은 연금저축 계좌수가 190만9000계좌에 달했다. 전체의 28.5%가 연금저축에 가입은 했는데 돈을 넣을 여력은 안 됐다는 의미다. 400만원 넘게 넣어 세제 혜택을 최대로 챙겨 받은 계좌 수는 전체의 9.5%에 불과했다. 지난해 연금저축에 돈을 넣은 사람들은 평균 223만원(미납입자는 제외)만 넣어 세제 혜택의 절반(56%) 정도만 챙겼다.


게다가 20명 중 한 명 꼴로 연금저축을 중도해지했다. 연금저축을 중도해지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간 받은 세제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 그래서 해지 때 환급액에 대해서 연금소득세(3.3~5.5%)가 아니라 기타소득세(16.5%, 주민세 1.5% 포함)를 낸다.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난해 중도해지한 경우는 34만1000건에 달했다. 전체 계좌 수의 4.9%다.
 
이렇다 보니 연금저축이 실제 노후 준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의 계약당 연간 연금 수령액은 307만원이었다. 2015년(연 331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민연금과 연금저축을 동시 가입한 경우에도 평균 월 수령액은 60만원에 그쳤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산정한 1인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 104만원의 58% 수준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연금저축을 통한 노후 준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상품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현행 보험·신탁·펀드 등 상품 외에 투자 일임계약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한 보험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욱원 NH투자증권 연금지원부 차장은 “연금 받을 때까지 돈이 묶인다는 것만 빼면 연금저축만한 금융상품이 없다”며 “여력이 있다면 세액공제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돈을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권오상 금감원 연금금융실장은 “연금저축 가입률을 높이고 납입액을 늘리기 위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