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 대극장.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마크 라이버트가 로봇 ‘스폿(SpotMini)’에게 탄산음료를 달라고 하자 스폿은 캔을 정확히 집어 한 치의 오차 없이 라이버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거대한 애완견 같은 움직임에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라이버트는 “내가 스폿을 조정한 게 아니라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내 명령에 반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봇·AI·미래학자들 TED 강연
수퍼 인간 된다
기억 잃어 소외되는 노인·환자
AI가 모든 걸 알려줄 수 있어
고릴라 신세 우려
사람들에 자리 뺏긴 유인원처럼
인간도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어
그의 말대로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는 이미 컨베이어 벨트 작업에서 인간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작업한다. 45㎏ 상당의 짐도 가뿐히 든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의 상당수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은 드론 배달을 시도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말처럼 등짐을 지고 다니는 택배 로봇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배송업체인 UPS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라이버트는 이 회사 로봇들이 군용으로 쓰이는지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피하면서도 “군사용이 꼭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로봇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쪽은 인간보다 높은 ‘지능’을 지닌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반겨야 할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제시했다. 세계 여러 대학에서 AI 연구 기본서로 쓰이는 『AI : 현대적 접근』의 저자 스튜어트 러셀 미국 UC 버클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러셀은 고릴라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들이 지능이 높은 종, 인간에게 빼앗긴 자리를 생각해 보자”며 “고릴라의 눈에서 존재론적 고민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고릴라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러셀은 당장 큰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 로봇 회의론자는 아니다. 다만 그는 “AI가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간과 공존 가능한 AI (Human-Compatible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밴쿠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