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속 사막여우 국내서 또 새끼 낳아

중앙일보

입력 2017.04.26 12:00

수정 2017.04.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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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어린 사막여우가 사람들의 눈길이 두려운 듯 구석으로 피하고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가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서 연이어 출산하는 등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설 속에서 어린 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부탁했던 사막여우가 먼 이국땅의 국립생태원 사육 환경에 어느새 길든 셈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4년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불법 수입됐다 인천세관에 적발돼 국립생태원으로 인계된 사막여우 중 암컷 한 마리가 지난해 7월에 이어 지난달 30일 새끼 3마리를 출산했다"고 26일 밝혔다. 어미가 경계를 많이 하는 까닭에 아직 새끼의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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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태어난 새끼 세 마리는 출생 2주 후 눈을 떴다. 현재는 생후 1개월 정도가 지나 평균 13㎝ 크기로 자랐다.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적발된 사막여우는 모두 17마리였다. 이 가운데 암컷 두 마리와 수컷 세 마리가 살아남았다. 이번에 새끼를 낳은 암컷은 지난해 7월에도 암수 한 쌍을 출산한 바 있다. 두 번의 출산으로 국립생태원의 사막여우는 모두 10마리로 늘어났다.

지난달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사막여우 새끼 중 한 마리(아래)와 어미. 새끼들은 태어난 지 3주 됐다. [사진 국립생태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막여우는 개과(科) 동물이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과 이라크 남부,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 등의 사막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야행성이며 쥐나 도마뱀, 작은 새를 먹고 산다. 체중은 1~1.5㎏이며, 임신 기간은 50~52일이다. 한 번에 2~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지난달 국립생태원에서 태어난 사막여우 새끼. 사육장 내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생태원]

 사막여우는 봄(1~3월)에 짝짓기를 하는 습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소 늦은 5월 중순에 짝짓기를 했다. 올해는 2월로 앞당겨져 정상적인 습성을 되찾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원 연구팀은 이번 출산을 현재 보호 중인 사막여우들이 국립생태원의 사육장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청신호로 보고 있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예민한 동물인 사막여우가 잇따라 번식에 성공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로 보인다. 사막여우를 비롯해 생태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동물들의 보존을 위해 서식지 환경과 유사하게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사막에 주로 서식
3년 전 불법수입 적발돼 국립생태원에서 보호 중
지난해 7월에 2마리 이어 지난달 3마리 또 출산
모두 열 마리로 늘어…"새로운 환경 적응 청신호"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