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만 하더라도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한국국토정보공사 등 12개 기관이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많은 기관이 들어섰지만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기준 29.6%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였다. 강원(27.1%)과 전남(23.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지자체 살림이 어렵기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일까. 대선을 앞두고 농어촌이 몰려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향세’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금을 내고 국세 또는 지방세를 공제받는 제도다. ‘고향기부제’로도 불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개인이 지자체를 선정해 기부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고 지자체는 ‘기부금 계정’을 별도로 개설해 심사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운영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8월 같은 당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은 지자체에 자발적 기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도시민이 내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돌리는 공약을 한 게 고향세 구상의 첫 시도였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국회에서 고향세법이 발의됐지만 “세수가 준다”는 수도권과 도시권 지자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30년 안에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4개, 3482개 읍·면·동 중 1368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지방 소멸론’이다. 지방이 무너지면 국가도 존립할 수 없다. 고향세의 도입 방법과 형태가 무엇이든 대선 주자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