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후보는 여기 한데 엮여 억울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잘못한 일도 아니고 2005년에 쓴 책 때문에 무려 12년이나 지나서 이토록 공격을 받아야 하느냐며 말이다. 문제가 된 글 말미에 살짝 반성을 곁들였지만 무용담처럼 자서전에 스스로 언급할 정도로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는 성폭력에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상대 여성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웬만한 폭력적 상황도 상남자 스토리로 포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땐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연히 내뱉은 말 한마디, 소셜 미디어(SNS)에 남긴 행적 하나하나에 성차별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려 곤경을 겪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을 과하게 반응하는 세상이 각박하다고, 또 불과 몇년 전까지 괜찮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용인받지 못하게 될 걸 어떻게 예측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런 게 걱정이라면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그냥 남에게 하지 않는 거다. 어른이든 애든 누가 내 고추 만지는 게 싫으면 나도 안 하면 된다. 내 찢어진 눈을 누가 놀리는 게 싫으면 나도 누구 피부색이 검다고 놀리지 않으면 된다. 내 생각에 아무리 ‘이 정도는 별문제 없다’ 싶어도 상대가 싫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하지 말자. 하나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을 해놓고 자랑질은 절대 금물이다. 과거엔 책을 쓸 정도의 유명인 정도만 행적이 남았지만 이제는 누구나 SNS에 자기 생각과 행적을 남기는 시대다. SNS 기록은 미국 들어갈 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