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김명신은 구급차에 실려 구로 고대병원으로 후송됐다. 두산 관계자는 “정밀검사 결과 김명신의 왼쪽 광대뼈 세 군데가 골절됐다. 다행히 시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부기가 가라앉은 뒤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 김명신 얼굴 맞아 큰 부상
왼쪽 광대뼈 3곳 골절, 수술 불가피
우규민·김광삼 등 투수 잇따라 다쳐
타자가 친 공 최고 시속 201㎞
0.4초 이내 날아와 피할 틈 없어
MLB선 “투수도 헬멧” 주장 힘 얻어
야구공은 코르크와 고무 위에 양털을 감은 뒤 가죽으로 싸 단단하게 만든다. 무게는 145g에 불과하지만 홈플레이트와 마운드 사이의 짧은 거리(18.44m)에서는 대포알처럼 위력적일 수 있다. 타자들은 투구에 맞을 가능성에 대비해 헬멧 등 각종 보호장비를 착용하지만 투수는 무방비 상태다.
1999년 7월 20일 쌍방울 투수 김원형(롯데 투수코치)은 한화 장종훈(롯데 타격코치)의 타구에 얼굴을 맞았다. 코뼈가 골절되고, 광대뼈 세 군데가 함몰된 김원형은 10개월 후에야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1995년 태평양 투수 최상덕(kt 코치)도 장종훈의 타구에 안면을 맞아 앞니 4개가 부러졌다. 지난해 8월 LG 투수 김광삼(LG 코치)은 2군 경기 중 타구에 맞아 머리뼈에 금이 갔다. 부상 후유증을 겪은 김광삼은 결국 은퇴를 선택했다.
로버트 어데어 하버드대 교수가 쓴 『야구 물리학』에 따르면 투수가 던진 시속 145㎞의 공은 0.4초 만에 포수 미트에 도달한다. 2016년 메이저리그 뜬공 타구의 스피드는 평균 시속 146㎞, 최고 시속 201㎞였다. 0.4초 미만의 시간에 상황 판단과 대응 동작이 모두 이뤄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속 150㎞로 날아오는 지름 7.23cm의 야구공을 맞았을 때 타자가 받는 충격은 28㎏의 물체가 1m 높이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과 같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투수도 헬멧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MLB 사무국은 2014년 ‘투수용 헬멧’을 개발해 소개했다. 하지만 크기가 크고 모양이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로 선수들이 착용을 꺼렸다. 지난해에는 가볍고 세련된 투수용 헬멧이 출시됐지만 아직 선수들은 착용을 꺼린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