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15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84)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술 못마시게 했다는 이유로 때려
2012년 막내 아들 숨진 뒤 악화
피의자도 치매로 정상판단 못해
재판부 "참회의 시간 필요" 판단
9남매를 낳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왔던 이 부부에게 불행이 시작된 건 2012년 막내아들이 갑자기 숨지면서부터다. 이들은 충격으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특히 A씨는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망상과 같은 증상도 보였다. 급기야 지난해 초부터는 치매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다. 최근에는 자녀들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도 이미 치매 판정을 받아 A씨가 병간호를 해 오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치매에 걸린 고령의 피해자를 때려 살해했고,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존엄한 생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병인이던 피고인 역시 고령과 치매 등으로 건강이 악화해 몸과 마음이 허물어져 가다가 극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벅찼을 나날들을 오롯이 홀로 견뎌왔다”며 “치매로 인해 정상적인 사리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피해자와 말다툼을 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형벌은 범죄인을 교화하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복귀하게 하는 기능도 수행하며 집행유예도 주요 형벌임이 분명하다”며 “피고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참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선처”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