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발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 요격 명령을 내릴 것이냐”
“대한민국 영공해라면 방어체계를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
- “즉각 요격명령을 내리겠느냐”
“그렇다”
한국 이지스함은 北 ICBM 요격 불가능, 미·일은 가능
SM-3 요격 성공률 테스트에선 90%, 실전 경험은 없어
SM-3 도입 놓고 미 MD 편입 논란, 실제 도입 여부 불투명
北 ICBM 요격명령 내려도 한국군 단독으론 불가능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ICBM 요격명령을 내리면 우리 군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한국군의 독자 능력만으로는 ICBM을 요격할 수 없다.
ICBM은 사거리 5500㎞ 이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ICBM의 정점 고도는 1200~1500㎞로 알려져 있다. 공해 상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해상의 사드’로 불리는 SM-3가 있다.
미·일 이지스함은 SM-3로 ICBM 요격 능력 갖춰
하지만 우리 군은 SM-3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의 설명.
“SM-3는 이지스함에 장착된 요격미사일이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영하고 있는 이지스함에는 SM-3 장착이 불가능하다. 한국 이지스함은 ICBM의 탐지는 가능하겠지만 이를 요격할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북한이 ICBM을 쏘더라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능개량을 통해서 장착이 가능할 수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미국, 일본이 운용 중인 이지스함은 SM-3를 탑재하고 있어 탐지 후 요격도 가능하다. 한국 해군이 추가로 도입할 차세대 이지스함 3척에는 베이스라인(BL)-9이라는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가 도입되기 때문에 향후 SM-3를 들여오면 탑재가 가능하다.”
ICBM 요격 명령을 내리겠다는 안 후보의 답변은 군 통수권자로서 취할 수 있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이런 요격 명령을 수행할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지 표명 이상은 될 수 없는 답변인 셈이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탄도미사일 요격 목적?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이동한 것은 방어용”이라며 “북한이 (ICBM 등)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하면 미 함정들이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3는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찍기 이전 상승단계와 중간단계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다. 현재 SM-3는 블록 1A와 1B, 블록 2A와 2B로 계속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최대 요격 고도는 1A가 250㎞, 1B는 500㎞, 2A는 1500㎞라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평북 동창리나 함북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ICBM을 발사하면 이지스함의 AN/SPY-1 레이더와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가 미사일의 경로를 추적해 고도와 위치를 파악한 뒤 해상에서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를 발사해 요격하게 된다. SM-3의 요격고도(500~1500㎞)를 감안하면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하다.
국방부, 당장 SM-3 도입 계획은 없어
한국은 일단 차세대 이지스함에 SM-3 장착이 가능한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지만, 실제 SM-3가 도입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단 한 발당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또 ICBM은 남한을 겨냥한 무기체계라기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무기로 SM-3를 우리 군이 도입함으로써 그만한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드에 이어 SM-3 도입은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에 우리나라가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도 국방부는 “현재까지 SM-3 도입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SM-3 도입 적극 검토" 공약
안철수 후보는 SM-3 도입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안 후보의 국방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국민의당 평화로운 한반도 본부장)이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M-3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효용성을 봐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SM-3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SM-3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전에서 얼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김대영 위원은 “SM-3는 그동안 30여 차례의 시험발사에서 90%에 가까운 명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실전에서는 아직 사용된 예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어 “사실 북한이 ICBM을 언제, 어느 방향으로 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요격하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다면 최단거리인 북극 항로를 향해 ICBM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는 이지스함의 SM-3가 아닌 두 번째 방어시스템이 작동된다. 바로 GMD 시스템이다.
실전에서 ICBM 요격 성공 쉽지 않아
하지만 GMD 시스템의 성능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미 과학자 집단과 의회 일각에서는 GMD 요격 시스템을 두고 “요격 시험에서 몇 차례 목표물을 격추한 적은 일지만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4년 GMD 시스템이 배치되기 시작한 이래 9차례 가장 요격실험에서 6차례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성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영 위원은 “ICBM 요격 수단이 있다하더라도 이처럼 실전에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