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토론회 선방하는 문재인,경선때 토론회 11번이 보약?

중앙일보

입력 2017.04.25 16:09

수정 2017.04.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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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5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짧은 30일 동안 누가 제대로 준비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문 후보는 즉답을 피했다가 이틀이 지난 7일 “안 후보는 저하고 토론을 말하기 전에 여러 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적폐 세력의 지지를 많이 받는 안 후보가 정권 교체를 말할 수 있는지 (끝장토론 전에) 그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경선에서도 ‘토론을 피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문 후보가 또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 안팎에선 "대선후보 토론회가 본격화되면 문 후보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1~3회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비교적 선방한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끝장 토론'을 제안했던 안 후보에 대해선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3일 3차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내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다그치거나, ‘돼지발정제’논란을 문제 삼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토론 중) 쳐다 보지 않겠다”고 말한 걸 두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안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선방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에서는 "치열했던 ‘경선 토론회’가 오히려 보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 측 신경민 TV토론본부장은 “경선때 11차례의 토론회를 거치며 문 후보가 많은 단련이 됐다. 솔직히 당시에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지만 돌이켜보니 그게 다 훈련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란 강적들을 상대로 실전 테스트를 거치면서 문 후보가 많은 것을 터득했다고 했다. 그는 먼저 "안 지사에게서 국정운영방식과 리더십 문제 등 정치 분야를, 이 시장에게서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상 등 경제 분야를 집중적으로 추궁받으며 문 후보는 몰매를 맞더라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방안을 숙지했다"고 주장했다.
 
신 본부장은 또 "상대방이 당혹스러운 소재를 들고 나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네거티브 공방의 팁도 문 후보가 익혔다"며 "토론 연습을 위한 시간도 부족했지만, 경선과정의 토론이 연습이 되면서 이 역시 극복해냈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는 달리 안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실전 토론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국민의당의 지역별 경선은 모두 7회로 민주당(4회)보다 많았지만 후보들의 토론회는 5차례로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었다.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안 후보의 경선 과정이 적어도 토론 경험의 측면에선 독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돌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