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도기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가 2013년 5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정년연장법)’을 제정하면서 기업의 임금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하지 않으면서다.
기업은 2016년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이어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 연장이 의무화됨에 따라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56~59세부터는 최고 임금 대비 80∼50%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의 입장 차이에 따라 순탄치 않는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 없이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의 입장은 다르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소용돌이에서 생존하려면 기업의 생존조차 불투명해지면서다.
|정년 연장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진통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우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임금이 줄어들게 되면 업무와 역할도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임금피크제와 함께 ‘점진적 퇴직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점진적 퇴직제도는 임금피크에 도달한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25~75% 수준으로 줄여나가면서 임금을 줄이는 것으로, 여기서 확보된 재원으로 청년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다. 독일ㆍ스웨덴ㆍ일본은 정년 연장과 함께 이 제도를 받아들여 장년의 노후 보장과 청년 일자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돼도 만족하기 어려워
그래서 정씨는 임금이 줄더라도 정년을 채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젋고 의욕이 넘칠 때 이직이나 창업을 비롯해 인생이모작에 나설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고용정체와 실업난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쉰을 넘겨 안정기에 들어가야 할 시기에 창업을 하는 것도 리스크가 커 엄두를 내기 어렵다.
정씨의 딜레마는 퇴직을 앞둔 장년 세대의 공통된 관심다. 제도적으로는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베이비부머 박모(59)씨는 임금피크제를 믿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조직퇴직 날벼락을 맞은 경우다. 박씨는 이름만 얘기하면 누구나 아는 굴지의 기업에 다녔다.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됐을 때 그는 57세였다. 회사를 2년 더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맡았던 사업부가 실적 저하로 구조조정되면서 그도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박씨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게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벌써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 아무런 준비없이 밖으로 나오게 되자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명예퇴직제도 활성화 권고
또한 명예퇴직제도는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설계ㆍ운영하며,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며, 명예퇴직 위로금은 기업의 경영상황, 정년 잔여 기간 같은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해 설정돼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끝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기업은 근로자의 새로운 직업경로 모색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취업, 창업 같은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상당수 기업이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고령자를 수용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경총이 회원 기업의 대표로서 방안을 제시했지만 기업의 일반적인 고충과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임금피크제, 인생이모작 기회로 활용해야
60세 정년 채우기를 선택하지 않고 56세에 조기퇴직해 프리랜서 홍보업을 선택한 최모(61)씨는 요즘 일감이 넘치고 있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럴듯한 명함에 이끌려 재취업했다가 비전이 없어 그만둔 적도 있다. 그런 경험은 금세 최씨의 인생 자산이 되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찾는 원동력이 됐다. 최씨는 “적당한 때가 되면 빨리 현실에 부닥쳐야 빨리 적응한다”며 “그래야 현업에 있을 때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 시점, 누구나 직면하는 딜레마
임금피크제는 자칫 마약처럼 임금이 깎였는데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더 길게 내다봐야 하는 인생이모작을 방해할 수도 있다. 정년연장이 제도화됐다고 실질적으로 보장되지도 않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고 그 임금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새로운 기회마저 놓칠 수 있는 백세시대가 현실화하면서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1] 노후 30년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2] '30년 가계부' 써놓고 대비하라
[3] 내 자신을 펀드매니저로 만들어라
[4] 주택은 반드시 보유하라
[5] 노후 월급은 현역시절 만들어라
[6] 이벤트별로 자금 계획을 세워라
[7] '13월의 월급'…평소 관리하라
[8] 증여·상속… "남의 일 아니다"
[9] 연금·보험으로 안전판을 구축하라
[10]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상) 퇴직 후 5년이 고비다
[11]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중) 미리 준비하면 재취업 기회는 있다
[12]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하) 해외로 눈 돌려도 재취업 기회는 있다
[13] 퇴직 무렵 부채는 남기지 말라
[14] 부부가 2인 3각으로 준비하라
[15] 자기 앞가림 힘든 자식에 기댈 생각 말라
[16] 여행도 100세 시대의 필수품이다
[17] 귀농·귀촌에도 성공과 실패의 법칙이 있다
[18] '노후의 복병', 부모 간병에 대비하라
[19] 재취업 프로젝트① 현직에 있을 때 갈 곳 겨냥하라
[20] 재취업 프로젝트② 재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따로 있다
[21] 최대 115만5000원 돌려받는 IRP는 필수품이다
[22] 재취업 프로젝트③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준비하라
[23] 재취업 프로젝트④ 과거는 잊고 오래 다닐 곳 찾아라
[24] 재취업 프로젝트⑤ 자영업 섣불리 시작하지 말라
[25] 재취업 프로젝트⑥ 창업하려면 젊어서 도전하라
[26] 일본도 피하지 못한 ‘노후빈곤 세대’의 반면교사
[27] 장성한 자녀의 귀환을 막아라
[28] 졸혼에도 대비하라
[29] 초저금리 끝나고 이자생활자 돌아온다
[30] 내년에는 빚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여라
[31] 이제는 100세 시대를 설계하라
[32] 65세 정년연장의 환상을 버려라
[33] 노후 불안이 ‘공시족’ 열풍 부채질한다
[34] 정년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35] 외롭지 않으려면 남자도 여자처럼 행동하라
[36] 연령별 준비① 20대에 꼭 해야 할 노후 준비
[37] 연령별 준비② 3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38] 연령별 준비③ 4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39] 연령별 준비④ 5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40] 연령별 준비⑤ 6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41] 연령별 준비⑥ 70대에 꼭 해야 할 노후준비
[42] 휴먼 네트워크가 곧 노후 행복이다
[43] 노후 행복의 보증수표, 틈틈이 악기를 배워라
[44] 손주와 잘 놀아주는 조부모가 되라
[45] 일본 휩쓸고 한국 덮치는 의료파산 쓰나미
[46] 의ㆍ식ㆍ주ㆍ폰 시대에 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