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법정 증언과 중앙일보가 확보한 장씨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장씨는 국정 농단 사건으로 체포된 뒤 지난해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조사실에서 최씨를 처음으로 만났다. 장씨는 이모 최씨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최씨는 조카와 함께 울다가 갑자기 귓속말을 하려고 했다. 장씨가 ‘못 알아듣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가로젓자 최씨는 “물을 마시고 싶다”며 검사가 자리를 비우게 한 뒤 테이블 위에 있던 볼펜으로 A4 용지에 ‘삼성동 2층 방’ ‘유주 유치원’이라고 적었다. ‘유주’는 정씨의 아들 이름이다. 장씨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물음표를 그리자 최씨는 다시 검사에게 물을 가져다달라고 하면서 장씨를 끌어안고 귓속말을 했다고 한다. “잘 들어. 삼성동 2층 방에 돈 있어. 열쇠는 방 과장한테 있어. 유연(정유라씨 개명 전 이름)이, 유주 그 돈 갖고 키워”라고 말했다는 게 장씨의 진술 내용이다. 검사가 돌아오자 최씨는 다시 흐느끼면서 “유진(장시호씨 개명 전 이름)이한테도 물 한 잔 갖다주세요”라고 한 뒤 다시 귓속말로 “삼성동 경비가 널 모르니 이모 심부름을 왔다고 하면 문 열어줄 거야”라고 말했다.
장씨, 최순실 재판에 출석해 증언
‘삼성동 2층 방, 유주 유치원’ 메모
작년 12월 중앙지검 조사실서 받아
“뜻 이해 못하자 귓속말로 설명”
최씨 “사실 아닌 것을 폭로” 비난에
장씨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 가려라”
특검팀 관계자는 당시 삼성동 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저 내부를 압수수색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그 돈이 당시 수사 대상이 되는지도 불분명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해서는 “이모가 ‘30분 후에 입금 될 것’이라고 밝힌 당일에 삼성이 5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영재센터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걸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씨는 조카 장씨의 증언 내용을 부인하며 언쟁을 벌였다. 최씨는 ‘삼성동 돈’과 관련해 “그때 검사와 조사관이 다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상황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장씨를 향해서는 “사실이 아닌 걸 너무 폭로성으로 하니까 당황스럽고 당혹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에 장씨는 “손바닥으로 그만 하늘을 가려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