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다시보기 ① 한일관 불고기
서울 압구정역 뒤편 골목에 자리한 한식당 한일관(韓一館)은 78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노포다. 고(故) 신우경 여사가 1939년 종로3가에 화선옥이라는 이름으로 국밥·추어탕을 판 게 시작이다. 45년 해방과 함께 종로1가로 옮기며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식당’이라는 뜻의 한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때부터 불고기를 팔았다. 다만 이때의 불고기는 지금과 다르다. 79년 한일관에 입사해 올해로 38년째 근무 중인 곽명훈(67) 실장은 “당시 불고기는 쇠고기 살코기 부위를 너붓너붓하게 잘라 숯불에 구워 먹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1939년 종로3가 화선옥으로 시작
석쇠불고기·스키야키 접목해 개발
개인 화로에 굽는 신메뉴도 선보여
1960~70년대 종로1가뿐 아니라 명동·다동·신신백화점 등에 분점을 내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70년대 후반 삼원가든·늘봄공원 같은 가든식당이 잇따라 문을 열며 손님을 뺏겼다. 결국 본점을 제외한 나머지 매장 문을 닫았다. 대신 내실을 다졌다. 좋은 식재료만 사용하고 61세 정년이 넘은 직원까지 파트타임 등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곽 실장은 “편법을 쓰는 대신 ‘정직한 음식’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엔 서울 도심 재개발로 본점을 압구정으로 이전하면서 조금씩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았다. 2009년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시작으로 을지로 페럼타워, 광화문 더 케이트윈타워, 하남 스타필드, 압구정 갤러리아점 등에 잇따라 입점하며 1960~70년대 못지않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맛대맛 라이벌에 소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가격은 대부분 그대로다. 쇠고기 등심으로 만든 불고기는 지금도 2만9000원, 냉면도 1만원으로 똑같다. 2017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의 서울 ‘빕구르망’에 선정되며 인정받았다. 올해는 39년 창업주의 불고기를 재현해 개인 화로에서 직접 불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 ‘불고기1939’라는 신메뉴도 선보였다.
송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