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메시야

중앙일보

입력 2017.04.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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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

2분 간의 인저리타임 중 남은 시간은 12초. 호르디 알바(28)의 땅볼 패스를 받은 리오넬 메시(30)가 지체 없이 왼발 인프런트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상대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31)의 손끝과 왼쪽 골포스트 사이의 좁은 틈을 통과해 골망을 흔들었다.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의 올 시즌 마지막 대결을 승리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결승골을 넣은 직후 코너 플래그 부근으로 달려간 메시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젖힌 뒤 관중석을 향해 번쩍 들어보였다. ‘내가 바르샤의 10번’이라는 무언의 시위처럼 보였다.
 
바르샤는 24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과의 2016-17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 겸 통산 266번째 ‘엘 클라시코(El Clasico·클래식 매치라는 뜻. 양 팀의 맞대결을 의미)’에서 두 골을 터뜨린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바르샤는 시즌 승점을 75점으로 끌어올려 레알과 동률을 이뤘다. 올 시즌 정규리그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무를 기록한 바르샤가 승자승 원칙에 따라 한 경기를 덜 치른 레알을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통산 전적도 110승59무97패로 바르샤의 우세다.

레알전서 부상 투혼 2골
바르샤 리그 1위 이끌어
라이벌 호날두는 침묵만

메시의 투혼과 집중력이 빛났다. 바르샤가 0-1로 뒤진 전반 33분 이반 라키티치(29)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 두 명을 잇따라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전반 20분경엔 상대 수비수 마르셀루(29)의 팔꿈치에 맞고 쓰러져 입가가 피로 물들었지만 간단한 치료 후 지혈용 거즈를 입에 물고 뛰며 기어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32분에는 상대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1)의 거친 태클로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메시는 라모스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상대 수비진이 헐거워진 틈을 놓치지 않고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메시는 지난 2004년 바르샤 1군 무대에 데뷔한 이래 공식경기 577경기만에 500골 고지에 올랐다. 아울러 엘 클라시코 통산 득점을 15골로 늘려 레알의 전설 알프레드 디 스테파노가 갖고 있던 종전 최고 기록(14골)을 뛰어넘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득점 선두(31골) 행진도 이어갔다. 영국 축구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메시에게 출전선수 중 최고점인 9.6점(10점 만점)을 줬다.
 
이날 레알의 스트라이커이자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는 골맛을 보지 못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호날두에게 6.6점을 매겼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