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총리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유공자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시상이 진행됐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인이 모여 상을 나누고 서로 격려했으니 기분 좋은 잔칫날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이날은 과학의 날 반세기,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천명(知天命)의 생일날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성장이 멈춰버린 대한민국 국가 연구개발 혁신체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비전을 세우고 공유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어느 구석에서도 ‘과학의 날 50주년’이란 표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과학 원로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도 관심이 없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초청은 했지만 응한 후보들이 없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나이 쉰이 되도록 생일상을 받기만 해 온 철없는 ‘과학’에 있는 것 같다. 그 나이 되도록 미역국을 입에 떠 넣어준 부모(국가) 탓도 크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박사 위에 주사(6급 공무원)’란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관치(官治) 과학계의 현실이 낳은 폐해다. 반세기 전 과학의 날을 제정하고 대덕연구단지를 만든 대통령 딸은 지금 ‘감옥’에 있다. 과학계는 이제 부모가 챙겨주지 못하면 생일 자축도 못하는 애어른이 돼버렸다. 이래저래 우울하고 쓸쓸한 과학의 날 50주년이다.
최준호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