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대 기록’ 누구 말이 맞나
문 측의 11월 16일 관저회의 메모엔
노 “외교장관 말 맞지만 양보해라
국내서 얼마나 조질지 귀 따가워 … ”
송민순 “내가 찬성 주장 안 굽히자
18일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송 “18일 회의, 북에 물어보기로 결론”
문 측 “북에 통보할 우리 입장 논의”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6일 이후 한 차례 더 회의가 열렸음을 강조하며, 당시 회의는 결론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송 전 장관은 “다른 참석자들은 16일에 이미 기권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넘기길 원했을 수 있지만, 주무장관인 내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통령도 내가 16일 보낸 호소 서한을 읽고 18일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했고, 이는 (16일엔)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2016년 10월 24일 입장 발표).
◆기권 결정 뒤 통보? 북한 문의 후 기권?=송 전 장관은 11월 18일 회의에서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의사를 알아보자”고 결론이 났다고 회고록에 기록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지난 21일 “북한에 (기권 결정을) 통보해 주는 차원이지 물어본 게 아니다. 국정원에 확실한 증거자료(우리 측이 북한에 보낸 통지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11월 18일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당시 안보전략비서관이 수첩에 기록한 내용을 공개했다.
▶송 전 장관=“북한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 최대한 한다면 작년처럼 (찬성)한다는 정도로 설명해 북한 반응에 따라 보고해서 결정한다. 작년에는 유럽연합(EU) 초안에 수정 의견 없이 찬성했고, 올해는 애썼다는 것을 설명하자. 통보성에는 찬성이라는 의미다.”
▶김만복 국정원장=“(외교부가) ‘이런 노력을 했다. 그러니 찬성한다’는 내용을 넣어 북에 전하자.”
문 후보 측은 북한에 ‘통보’했다는 취지로 관련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문 후보 측은 2007년 11월 18일 회의 다음 날인 19일 국정원이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이 소개한 대북통지문 내용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담길 표현 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외교부가 (국제사회에) 노력했으며 ▶우리가 (인권결의안 표결 시)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10·4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적극 실천한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11월 20일 노 전 대통령이 순방지인 싱가포르의 숙소에서 자신에게 북한이 보내온 반응이 담긴 ‘쪽지’를 보여줬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싱가포르 쪽지’는 어떤 입장에 대한 답인가=송 전 장관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북한에)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북한에 문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11월 20일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의 표현만으로는 어떤 입장에 대한 북한의 반응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우리 정부가 찬성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의’에 대한 답일 수도,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이라는 ‘통보’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다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바뀌면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다. 백종천 안보실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는 없었다. (싱가포르 문서는) 정보기관이 하는 통상적인 동향 보고였다”고 했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북한에 물어본다는 자체가 거론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지난 20일 “북에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어떤 입장이든, 찬성이든 반대든 기권이든 취하더라도 남북관계에 변함 없다’는 입장을 보냈다. 우리가 기권할 것이란 뉘앙스였다”고 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