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고시텔’ 전시 여는 심규동 작가
서로 방문 열고 술 한잔 나누는 일상
고시원 살며 친해진 형님들이 모델
전시비 600만원 소셜펀딩으로 모아
심씨는 “고시원이 ‘고시(考試)’를 준비하는 곳이 아닌 지는 오래됐다”며 “일부 젊은이는 이곳에 잠시 몸을 뉘인 채 ‘더 나은 꿈’을 꾸고, 또 다른 이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숨어든 공간이다”고 해석했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그는 “열악한 공간이지만 결국 이 공간이 다양한 사람의 삶을 떠받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왜 고시원 사진을 찍으려 마음먹었나.
- “나부터 고시원에 꽤 살았다. 기간을 다 합치면 4년쯤 된다. 옆방에는 10년째 고시원에 사는 아저씨, 멀쩡하게 취업한 회사원들이 함께 지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완전한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은 고시원을 보여주고 싶었다.”
- 사진 속 사람들은 어디서 만난 누구인가. 사진 찍히는 걸 달가워하던가.
- “서울 신림동의 ‘S고시텔’에서 2015년 11월부터 10개월 동안 살았다. 그때 찍은 이웃들이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그곳에 살던 30여 명 대부분이 거절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를 포함해 7명이 전부다. 고시원에 사는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잖나. 처음에는 복도랑 현관, 옥상만 찍다가 6개월쯤 지나면서 친해진 형님과 아저씨들에게 사진 모델을 부탁했다. 고시원 사람들은 혼자 지낸 기간이 길어 외로움도 잘 탄다. 중장년층 중에서는 원룸을 구할 돈이 있어도 외로워서 고시원에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 서로 방문을 열고 소주 한잔 나누는 게 일상이다.”
- 사진을 찍는 것과 공개적으로 전시회를 여는 건 별개의 문제 아닌가.
-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내가 이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도 사진전을 여는 건 여기에 사는 우리도 한번은 주인공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숨길 모습도 아니고. 이를 통해 개선되는 점이 있다면 더 좋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