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페스티벌’ 온 영국 가수 레이
한국 올 때마다 더 환영받는 기분
곡 만들 땐 감정에 솔직하려 노력
- 1년새 세 번째 방한이다. 한국을 특별히 아끼는 이유가 있나.
- “2010년 지산 록 페스티벌 이후 올 때마다 더 환영받는 기분이다. 아시아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의 모던함이 섞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이젠 음식도 완전히 적응이 됐다. 지난번 호텔 근처에 있는 봉은사에 갔었는데 목탁 소리에 맞춰 평온하게 명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번에도 공연 전에 들를 예정이다.”
- 당신 노래로 위로 받는다는 사람 이 많다.
- “매우 멋진 일이다. 나는 곡을 만들 때 항상 감정에 솔직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나도 가끔은 밖에 나가서 놀고 파티도 하지만, 대개는 내 안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충실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그 감정에 가장 충실한 곡을 꼽자면.
- “앨범 전체에 새로운 삶이 생동하는 기쁨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린 애프로디지액(Green Aphrodisiac·녹색 최음제)’이 봄의 문을 열고 나온 느낌이라면 ‘스톱 웨어 유 아(Stop Where You Are)’는 지금 이 순간을 더욱 풍성하게 꽃피우는 기분으로 썼다.”
- 가사가 매우 시적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 “노래 역시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 빌 위더스의 ‘그랜드마스 핸즈(Grandma’s Hands)’는 2분 짜리 짧은 곡인데 미혼모인 할머니가 어떻게 아들을 키웠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몇 마디 노랫말로 그녀의 삶 전체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웬돌린 브룩스의 『모드 마사』처럼 시적인 소설을 좋아한다.”
“한 번은 여자란 이유로 페스티벌에 설 수 없었던 적도 있어요. 전날 다른 여성 밴드가 출연하기로 했다며 여자들은 비슷한 사운드를 낼 거란 편견에 빠져 제 출연을 취소한 거죠. 라인업 전체를 남자로 꾸민다고 해서 말릴 사람은 없을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새로운 뮤즈 조합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11년 3월 단독 콘서트 당시 오프닝 무대를 자처했던 아이유에게 ‘4am’을 선물한 것처럼 다른 여성 뮤지션과 또다른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할지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것. (아이유는 21일 발표한 타이틀곡 ’팔레트‘에서 ’하긴 그래도 여전히/ 코린 음악은 좋더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레이는 “화보 촬영을 위해 선우정아를 만났는데 음악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했다”며 “나처럼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이긴 하지만 음악이 매우 좋더라”며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젊은 여성들의 고민이 담긴 노래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