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지름신’의 유혹에 시달리지 않는다. 문자메시지에 찍힌 은행 잔고가 뻔한 주머니 사정을 수시로 일깨워준다.
신용카드 중독에서 벗어나서
모바일 결제혁명이 정착하려면
그럼 카드사는 긴장하고 있을까. “고객이 플라스틱 카드를 꺼내들게 하면 그 카드사는 죽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디지털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인터넷은행이 당장 카드사 생존에 큰 위협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좀 다르다.
한 카드사 임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외상(신용카드 이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현금으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최소 한달은 씀씀이를 확 줄이거나 소득을 두 배로 늘려야만 가능한데,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신용카드 결제 비율 50.6%(건수 기준, 한국은행). 사실 스마트폰에서 앱 하나 가동시키는 것보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게 아직은 더 빠르고 편리하다.
한국의 ‘신용카드 중독’ 증상을 완화해 간편결제를 활성화할 방법이 있긴 하다. ‘현금 우대, 신용카드 차별’이다. 소액은 가맹점이 신용카드 받는 것을 거부하거나, 현금으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로 깎아주는 식이다. 그동안은 탈세 조장이 문제였으나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하면 그런 우려도 없다. 비싼 카드 수수료가 녹아 있는 상품가격을 현금 이용 소비자가 물게 되는 역차별도 사라진다.
문제는 신용카드가 삶의 일부인 소비자의 저항이 만만찮을 거란 점이다. 6년 전 금융위원회는 ‘소액 카드결제 거부 허용’을 검토한다고 말을 꺼냈다가 여론에 밀려 백지화한 적 있다. 팍팍한 살림살이 탓에 카드 의존도는 커지면 커졌지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바일 결제 혁명’은 남의 나라 일로 남는 건 아닐지. 신용카드 중독 사회의 소수자인 현금 선호자로서 걱정이 든다.
한애란 경제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