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 교수가 “앞으로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정통 기계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이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 손을 들었다. 1학년 진아현(19)씨는 “지금은 기계가 없는 곳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지 않겠느냐"며 "섬세한 면이 있는 여성들이 기계공학에서도 불리할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여학생 비율, 10년새 공학보다 의약계열서 급증
기계ㆍ금속 전공 100명 중 여학생은 7명뿐..공대 기피 여전
"여성 공학도 키워라", 숙대·이대 여대 최초 기계공학전공 개설
교육부, '여성 공학인재 양성' 위해 10개대에 3년간 150억 투입
공학계열 여학생들이 교육,취업서 현실적 어려움 겪기 때문
"남성 중심 공대 문화, 기업 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 깨야"
정부도 여성 공학도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여성 공학인재 양성 사업(WE-UP)’ 대상으로 10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마다 연간 5억원씩 3년간 총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대 교육과정을 여성 친화적으로 바꾸고, 여성 공대생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10년 전인 2006년 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10년새 공학계열의 여학생 비율은 4.9%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의약계열은 10%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공학계열 중에서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의 전공은 여학생 비율이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의약계열은 간호학에서 여학생 비율이 크게 줄었음에도 의료(의·치·한의학)와 약학 전공에서 크게 늘었다.
OECD는 “이런 결과는 지난 세기동안 남녀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평등해졌지만 여전히 직업 선택에서 장애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추측한 이유는 ‘문화적 영향’이다. 대중매체 등에서 과학자나 컴퓨터 전문가는 보통 흰 가운을 걸친 남자로 묘사되고, 이런 고정관념이 가정과 학교교육에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영향뿐 아니라 여성 공학도가 취업 등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의학부 교수)은 “간호학에서 남학생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남성 간호사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학생이 공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남학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지영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무조건 여성 공학도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성비는 지나치게 기울어져있어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남성 중심의 공대 분위기가 남성 중심 기업 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려면 출발 단계에서부터 여성 공학도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남성적인 공대 문화에서 여학생은 소외되기 쉽다. 여학생이 대학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해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