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한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100㎞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아프리카 등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매일 30㎞씩 걷곤 한다. 기나긴 코스에는 이들의 고된 삶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이한 것은 개인별 레이스가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같이 시작해 완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멋진 풍경과 힘든 순간 그 모든 시간을 팀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나눔’의 본질이다.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나 자신의 도전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하고, 가난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취지를 담았다”며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걷고 달리는 스포츠 기부 행사들
5월 20~21일 지리산 일대에서 진행
1981년 이래 지금까지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여한 사람은 전 세계 2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모아 기부한 후원금도 2억 달러(약 228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12개국의 18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올해 전라남도 구례군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각국의 날씨에 맞춰 이미 인도 벵갈루루(1월), 뉴질랜드 와카타인(3월), 스페인 히로나(4월) 등에서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100㎞ 코스는 지리산 성삼재부터 노고단, 피아골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군 곳곳을 잇는다. 오는 5월20일(토요일) 새벽 5시30분부터 21일(일요일) 오후 7시30분까지 총 9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 도착하는 코스다. 10㎞마다 체크포인트를 마련해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고 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38시간 규정은 ‘도전과 극기’의 상징일 뿐 사실상 시간 제한은 없고 완주에 의미를 둔다. 다만 체력이 필요한 장거리 코스인 만큼 만 19세 이상으로 참가자 나이를 제한했다.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10㎞ 패밀리 프로그램도 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 지리산호수(구만제), 야생화테마랜드, 지리산호수 경관다리 등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 관광지를 연결했다. 패밀리 프로그램의 경우 1인당 2만5000원의 참가비를 기부한다.
옥스팜 트레일러는 매년 특별한 사람들이 참가해 감동을 주곤 한다. 2011년 호주대회에 참가한 벤 필립스는 시각장애인으로 100㎞를 완주했다. 완주 뒤 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벅차올랐다”면서 “도전과 약속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감격했다. 올해 65세인 펑캄훙 씨는 1979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2011년 홍콩 대회에서 27시간 만에 100㎞를 완주했다. 이후 그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이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사람들이 참가해 감동 만발
옥스팜코리아 트레일워커
장소 : 전라남도 구례군과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
일시 : 2017년 5월20일(토)~21일(일)
참가비 : 팀당 40만원(1인 10만원)
신청마감 : 4월30일까지
기부펀딩 : 팀당 50만원 이상 목표
참가자 : 만 19세 이상 신체건강한 남·녀
패밀리 프로그램 : 옥스팜트레일워커 10㎞
부대 이벤트 : 옥스팜X샘킴의 푸드트럭
조선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운조루(雲鳥樓)
걷고 달리는 스포츠 기부 행사들
테리폭스런(Terry Fox Run) : 캐나다 암 운동가인 테리 폭스는 암으로 인해 절단한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1980년 암 연구비 모금을 위해 캐나다를 횡단하는 마라톤에 나섰다. 하지만 종양으로 인해 143일 동안 5373㎞를 달린 뒤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 포시즌스 호텔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가 행사를 시작했다. 5~15㎞까지 여러 코스를 뛰는 테리폭스런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홍콩·중국·베트남·일본 등에서 세계적인 자선행사로 발전했고 6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산타펀런(Santa Fun Run) : 매년 12월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산타달리기’ 행사는 산타 복장을 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자선 행사다. 특히 호주 시드니의 행사는 반바지 복장의 여름 산타들이 오페라하우스 근처 5㎞를 달리는 이색 경관을 연출해 세계인의 이목을 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