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이어 마그네티 마렐리도 인수?
삼성전자가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든 그렇지 않든 전장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신성장동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장사업 팀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전기자동차 회사인 BYD에 약 50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80억 달러를 들여 지난해 매출 7조7000억원을 기록한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 인수 후속 작업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4월 5일 전장사업팀에 ‘시너지 그룹’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대외협력부의 이름을 바꾸면서 인력도 보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뭘 사야 할까를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삼성과 하만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고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하만을 기반으로 전장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모바일·반도체·디스플레이(OLED) 등과 연관성이 높은 커넥티드 카(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차)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OTA(Over the Air, 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선두 업체다. 삼성전자는 커넥티드 카용 전장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IT·모바일 기술과 각종 부품사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장사업에 대한 노하우, 고객 관계, 프로세스 등의 역량은 부족한 편이었다.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는 하만을 중심으로 커넥티드 카 관련 전장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시스템·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카용 전장시장 규모는 2025년 1864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보다 2년 6개월여 앞서 전장사업을 시작한 LG는 M&A로 전장사업 기반을 다진 삼성과 달리 계열사 중심으로 전장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국내 전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2013년 7월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자동차전장)사업본부를 만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LG는 VC사업본부 출범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카인포테인먼트 사업을 벌여왔다”며 “현재 VC사업본부의 주력은 카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구동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VC사업본부 매출은 지난해 2조7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은 LG전자 VC사업본부의 올해 매출은 3조7437억원, 내년 매출은 5조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투자를 강화한다. LG전자는 올해 3조577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이 가운데 VC사업본부에 5440억원의 시설투자를 진행한다. VC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5%가량에 불과하지만 올해 시설투자에 쓰는 돈은 회사 전체 투자액의 15%에 이른다. LG전자 관계자는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 LG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차량용 모터센서 등 나름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계열사가 많기 때문에 삼성처럼 해외 기업을 인수할 계획은 없다”며 “당장의 수익에 목 매달기보다 10~15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면서 매출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VC사업본부도 개편했다. 지난 연말에 전기차용 부품을 맡는 그린사업부와 카인포테인먼트를 담당하는 스마트사업부로 양분했다. VC사업본부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VC사업본부 인력은 지난해 9월 기준 4350명이다. 전년 동기(2867명) 대비 무려 66%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이 고전하면서 인력 재배치 필요성이 있었는데 VC사업본부에서 통신 관련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GM 볼트EV에 모터·배터리 등 11가지 부품 공급
이렇게 나름의 노선을 밟으며 전장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장단점은 뭘까.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먼저 했고 직접 했다는 강점이 있지만 브랜드 파워는 다소 떨어지고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약점이, 삼성은 브랜드 파워가 압도적인 하만과 삼성전자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무래도 진입이 늦어 경험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부품단에 있는 두 회사 모두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며 “두 회사 모두 거래처와의 관계를 더 잘 쌓아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