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월20일 오후 12시30분쯤. 서울 성북구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류모(73)씨와 김모(78)씨는 버스에서 내리려 뒷문 앞에 선 A씨(51) 곁으로 다가갔다. 김씨가 A씨 뒤에 서서 다른 승객이 보지 못하도록 시선을 가렸다. 그 사이 류씨는 A씨가 멘 가방의 지퍼를 열어 몰래 장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는 현금 52만4000원이 들어있었다.
버스 안에서 김씨(오른쪽 앞)와 마스크를 쓴 류씨가 A씨(모자를 쓰고 있는 여성)를 대상으로 소매치기 범행을 하는 장면. [사진 성북경찰서]
버스 안에서 김씨와 류씨가 A씨를 대상으로 소매치기 범행을 하는 장면. 자세히 보면 화면 가운데로 지갑을 꺼내는 손이 보인다 [사진 성북경찰서]
이 '2인조 소매치기단'은 혼잡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인 시장·버스 등을 배회하며 가방을 멘 사람들을 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두 사람 다 70대 노인이라 수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은 범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범행 이후 폐기하고 각자 교통카드 수십장을 교환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A씨의 신고로 버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소매치기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00일 간의 추적 수사 끝에 류씨와 김씨를 붙잡아 두 사람 모두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매치기 사범들은 주로 혼잡한 버스나 지하철, 축제 장소 등에서 어깨나 등에 멘 가방을 노린다. 해당 장소에서는 가방을 앞으로 메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