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혜 4단 "문재인 공동선대위원장은 또 다른 도전"

중앙일보

입력 2017.04.19 15:55

수정 2017.04.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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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문재인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각계의 저명인사가 모인 이 자리엔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바로 프로기사 이다혜(32) 4단이다.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4단은 그간 바둑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한국여자바둑리그에서 경기호반건설팀 감독을 맡고 있는데, 팀은 정규리그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한 이 4단은 코딩과 바둑을 결합한 교육 아카데미 ‘코드 스톤’, 바둑 아카데미 ‘꽃보다 바둑’을 운영하며 바둑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17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이 4단을 만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 소감을 들어봤다.
 

이다혜 4단이 17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지난 대선 때부터 문 후보를 지지해왔다. 2월 말에 문 후보 측에서 한번 만나보자는 연락이 왔다. 그때 처음 문재인 대선후보를 뵈었는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낌이 편안했다. 약 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적인 신뢰감을 갖게 됐고 지지를 결정했다.

 
신뢰감을 느낀 대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오래전에 만난 프로기사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시더라. 유명 기사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기사들 이름도 모두 기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일보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다혜 4단. 우상조 기자

 
공동선대위원장 후보가 여럿 있었을 듯한데, 이 4단에게 연락한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

프로기사지만 바둑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을 좋게 보신 듯하다. 그간 대학교에서 교양바둑을 가르치고, 번역도 하고, 창업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이러한 면이 청년분과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정치는 여러모로 생소한 점이 많을 거 같다.

처음에는 정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정치에 원래 관심이 있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청년 실업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은 뉴스를 꼼꼼하게 챙겨보면서 시사 이슈를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계에서 활동 반경을 넓힐 계획이 있나.

일단 이번 선거를 잘 치러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그 이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은 바둑계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

 
경기호반건설 감독도 맡고 있는데 일정이 빡빡할 것 같다.

공동선대위원장 활동은 약 3주간 진행된다. 여자 바둑리그는 정규리그 막바지라 세 경기만 남아있다. 플레이오프는 대선이 끝난 뒤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해도 선거 일정과 겹치지 않는다.


 
올해 경기호반건설 성적이 좋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높은데.

지난해 경기호반건설은 정규리그에서 6등했다. 올해 성적이 좋은 건 팀원들끼리 호흡이 더 좋아져서인 것 같다. 확실히 한 해 동안 함께하면서 인간적인 신뢰가 생겼고 팀원 간 화합도 더 잘되는 거 같다.

 

이다혜 4단은 "앞으로 바둑의 교육적 효과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승부사로 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없나.

치열한 경기를 보면 승부사로서의 감정이 되살아날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이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선수들이 나를 믿고 의지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다만, 내가 한창 선수로 뛸 때 여자바둑리그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바둑의 교육적 효용을 많이 알리고 싶다. 바둑이 지나치게 승부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쉽다. 바둑은 교육적인 면에서 장점이 매우 많다. 요즘은 바둑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바둑과 수학의 접점을 연구하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