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요동치는 중국 부동산…1990년 도쿄보다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2017.04.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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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주춤하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주요 70개 도시 중 62곳의 신규주택 가격이 3월 들어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격이 오른 도시는 전월과 비교해 6곳 늘었다. 신규주택의 매매금액은 총 1조 위안(약 165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신규주택 가격도 11.3%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치고 오른 것은 역시 돈의 힘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내수경기 부양과 바오류(保六·6%대 성장) 달성을 위해 2015년부터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 그러나 불패신화를 써온 증시가 부진하면서 투자처를 잃었던 155조 위안(약 2경5686조원, 2016년 말 기준)의 돈이 부동산으로 다시 몰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로의 자본 유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 해외 투자를 제한한 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3월 신규주택가격, 70개 도시 중 62곳 올라
증시 부진 등으로 길 잃은 자금 부동산으로 몰려
선전 집값, 샐러리맨 연봉의 36배
슝안 특구 개발 등 2선 도시로도 확산 조짐

직장인이 집을 사려면 몇년간의 소득이 필요한지를 측정하는 연수입배율은 베이징 20배, 상하이 25배, 선전 36배에 달한다. 부동산 버블이 극도로 부풀었던 1990년 도쿄의 18배보다도 높다. 베이징 중심가의 주택 가격은 ㎡당 15만~20만 위안(약 2484만~3312만원)에 달한다. 

상하이(上海) 푸동(浦東) 지구에 위치한 둥팡밍주(東方明珠) 앞에서 대형 크레인이 철조물을 운반하는 모습. [중앙포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의 시중자금이 끊임없이 불어나고 있으며, 돈이 해외로 뻗지 못하고 국내 부동산에 투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1~5년간 전매제한 조치를 도입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30~50%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했으나 현재로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의 슝안(雄安) 특구 부동산 값이 이달 들어 2배 이상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은 2선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의 신도시 건설 계획은 마치 금광이 분출한 것과 같다”며 “아파트를 사기 위해 현금으로 가득 찬 트렁크를 짊어진 베이징 사람들이 슝안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