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가 수권정당의 대표', 안철수 '나는 나야'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의 한 장면을 딴 ‘스틸(still)’ 사진을 선거용 포스터로 선보여 파격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스틸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했다. 안 후보가 지난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양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치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포스터에 담았다. 심지어 당명도, 선거용 문구도 들어가지 않았다.
대선 20일을 앞두고 ‘문-안’ 양강 구도가 치열한 이때 양 캠프에서 고심 끝에 내놓은 선거용 포스터. 심리,홍보,사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할까.
황상민 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포스터 경쟁도 일종의 이미지를 통한 심리전”이라고 말한다.
황 전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경우 과거 집권여당의 색으로 익숙한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 게 돋보인다”며 “전형적인 '톱스타(top star)' 전략을 택했다”고 평했다. 그는 “유권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이제는 내가 수권 정당의 대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라이징 스타(rising star) 전략"이라고 평했다. 황 전 교수는 "안 후보는 파격적 시도를 통해 문 후보에게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 후보의 포스터에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안철수야’라는 ‘자기애(自己愛)’적인 메시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문 후보는 50~60대 보수층, 안 후보는 30~40대 보수층의 지지를 유도하는 이미지 전략을 썼다는 게 홍보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명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문 후보는 1950~1960년대 자유당 시절과 다를 바 없는 구도로 매우 정통적인 포스터를 선보였다”고 평했다. 그는 “지지도가 취약한 50~6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푸른 색감과 ‘든든한’‘나라답게’ 등 고전적인 슬로건까지 담았다. 스마트한 포스터”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안 후보의 경우 선거용 포스터라기 보다 일종의 작품에 가깝다. 미국의 유명사진 매체 ‘라이프지’에서 볼법한 현장 사진”이라며 “유권자의 시선은 충분히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최근 안 후보의 포스터를 두고 ‘당명을 지워 보수표를 구걸했다’는 식으로 언급했는데, 결과적으로 안 후보의 포스터를 홍보해주는 역할만 했다. 추 대표의 발언만 없었더라면 안 후보의 포스터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물사진 전문가인 정치호 아트디렉터는 “문 후보의 포스터는 화이트 밸런스를 잘 맞춘 기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다. 밝은 피부 톤과 고른 치아를 드러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뢰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포스터는 사실 실망스러웠다. 스틸샷에 과장된 포토샵을 적용해 문 후보 자체는 멋있게 표현됐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주름까지 드러난 현실적인 인물사진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의 포스터에 대해서 그는 “안 후보는 웜톤인데 붉은기를 강조해 지나치게 상기된 얼굴이 담겼다”며 “‘광고천재’ 이제석 씨가 자문한 작품이라고 홍보했는데, 포스터는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만큼 엘리트 주의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에 또다른 이미지 전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미지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스피치 스타일, 태도 등이 드러나는 생방송 토론이다.
오늘 밤 10시 문-안 후보를 비롯해 주요 대선주자 5명이 약 120분에 걸쳐 생방송 토론에 참여한다. 대선후보 토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된다. 새로운 방식에서는 이들이 어떤 스피치 스타일과 태도로 유권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할까.
김포그니 기자pogn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