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0%대 10명, 그들은 왜 3억 내고 대선 나왔나

중앙일보

입력 2017.04.18 03:14

수정 2017.04.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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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여의도 국회 기자실. 푸른빛의 화려한 복면을 쓴 한 사람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흉내 낸 기호 9번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선후보다. 그는 “‘누구 보기 싫어서 누구 찍겠다’는 건 나라의 비극”이라며 “TV든 국민토론이든 광장에서든 후보 간의 복면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후보 복면 토론을 제안했다.[허진 기자]

 
지지율 0%대에 당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지만 마이너리티의 전쟁은 어느 대선보다 치열하다. 17일 중앙선관위에는 15명이 후보 등록을 했다. 역대 대선 중 최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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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후보 등록을 하려면 선거공탁금 3억원을 내야 한다.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다. 17명 후보가 등록했다가 2명이 포기한 것도 3억원을 내지 못해서였다. 최종 득표율이 10% 아래면 선거 비용 역시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3억원+α’를 써가며 이들은 왜 도전했을까.

이재오 “대선 후보 복면토론하자”
조원진 “박근혜 내몬 시국 심판해야”
남재준 “정권 아닌 정치교체 위해”

5선 의원 출신으로 대선에 처음 출마한 이재오 후보는 “촛불민심이 제왕적 권력을 타파해 나라 틀을 다시 짜라고 했는데, 문재인·안철수 후보나 그걸 실현할 의지가 안 보인다”며 “현재 유력 후보 가운데 대통령감이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후보 지원을 하게 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3억원 공탁금을 비롯한 선거 비용에 대해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부족한 금액은 당 최고위원과 당직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줬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단체들 중심으로 창당한 새누리당의 후보로 나선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마녀사냥한 시국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공탁금 마련에 대해선 “당에서”라고 짧게만 답했다.
 
통일한국당 후보로 나선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적폐청산과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하러 나왔다”며 “군 참모 출신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파트너십을 이루겠다. 트럼프와 내 생각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공탁금 등 선거 비용에 대해선 “집을 팔고 이사하는 과정에 남는 돈, 사비로 충당했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살포했던 김선동 전 의원도 민중연합당 후보로 나섰다.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선거 비용 부담, 낮은 인지도 등의 문제로 포기를 선언하는 후보가 속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김포그니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