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위크가 끝났는데 활동은.
-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소속사가 ‘엘리트 월드 와이드’인데,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가 있는 도시마다 지점이 있어 촬영이 잦다. ‘자라’면 바르셀로나, ‘H&M’이면 스톡홀름 이런 식이다.”
- 이제 자리를 잡은 건가.
- “준비가 길었던 만큼 바로 적응했다. 데뷔는 2010년에 했고, 2013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3’에 3등을 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그때 바로 해외에 나가겠다고 하니 소속사(에스팀) 언니들이 모두 말리더라. 더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대로 국내에서만 활동하다 2016년 4월 뉴욕에 무작정 갔는데 맨 처음 만난 에이전시에서 바로 계약을 했다.”
- 어떻게 첫 판에 성사가 됐나.
- “보통 동양인 모델하고 좀 달랐던 거 같다. 신인은 대개 10대 후반이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위축되는데 난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하고 싶다면서 말이다. 나중에 회사에 물어보니 ‘얜 뭐지, 꽤 당찬데’라며 끌렸다고 했다. 패션 쪽에 오래 있는 사람들, 특히 뉴욕같이 수천 명의 모델이 몰리는 곳에서는 ‘완벽하게 잘 빚어진 창조물’에 큰 감동을 못 받는다. 스스로를 표현할 줄 알고 개성을 중시한다. 요즘 내 별칭은 ‘스위트 걸(sweet girl)’이다. 인사하는 목소리부터 일단 한 톤이 높고, 처음 보는 모델한테도 어색하지만 말을 잘 붙여서다. 소속사 임원이 ‘우리 회사는 성격을 보는 에이전시’라고 하는 걸 들었다.”
- 거기만 유별난 건 아닌가.
- “아니다. 이유가 있다. 요즘 모델은 패션쇼에서 워킹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미 패션 브랜드마다 다양한 형식의 영상 콘텐트를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모델의 스펙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 역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여지느냐의 문제 아닐까. 영어가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기운도 하나의 능력이다.”
- 연기를 할 수도 있는데.
- “‘맑게, 밝게, 자신 있게’ 뭐 성격이 좋다는 게 이런 건 아니다. 가끔 말수도 적고 쿨한 애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스스로를 알고 거기에 맞게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이건 연기로 되지 않는다.”
- 루이비통 독점 모델로 발탁된 것도 이런 이유였나.
- “캐스팅 디렉터(모델을 패션쇼 오디션에 부르는 사람)가 브랜드에 어울릴 것 같다면서 호출했다.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쇼에, 얼마나 자주 부르냐가 어쩌면 모델에겐 더 중요한 평가다. 어쨌거나 5분여 워킹으로 모든 게 결정됐던 순간인데, 디자이너 입에서 ‘벨르(belle·아름다운)’ ‘트레비앙(très bien·아주 좋은)’이라는 말이 들렸다. 캐스팅이 되고도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리허설 때 디자이너가 어떤 옷을 빼자고 하면 해당 모델은 무대에 못 서는 게 이 업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들에 상처 받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 경쟁이 치열한 모델 세계지만 한편 일반인 모델이 늘고 있다.
- “과거엔 옷의 아름다움을 모델의 몸으로 극대화했다면, 요즘은 개성이 드러나는 걸 멋으로 본다. 당연히 모델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젠 매력적인 사람이 모델에 어울린다. 몸매 관리를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만 인격적으로, 성격적으로 잘 가꾸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국내에선 9세 많은 남자친구(배우 이동휘) 때문에 더 이름을 알렸다.
- “연예 뉴스에 더 많이 나와 속상하지만 그것 또한 나다. 거짓말이 아니니까 영향 받지는 않는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