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는 가헌과 평생 교유한 도반과 제자들이 털어놓는 다양한 인연 이야기로 풍성했다. 원색·참고 도판만 400여 장, 2300매 원고의 16차 교정을 거쳐 800쪽 대작으로 뒷바라지한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추사와 가헌과 선친인 조근태(1942~2010) 전 현암사 대표의 만남을 운명이라 했다. 가헌과 선친은 1942년 임오년 말띠, 추사는 1786년 병오년 말띠여서 말띠 세 분이 큰일을 도모하신 셈이라며 “추사 연구의 토대이자 뜻깊은 전환점이 된 이 명작을 우리 출판사가 낸 건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최완수 선생 『추사 명품』 출판회
도판 400여 장, 원고 2300매 대작
“이제 추사 평전 마무리 했으면 … ”
스승 ‘학문 욕심’에 제자들 눈시울
다음 순간,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정 교수가 가헌을 바라보며 “그런데 학문의 신이 되고 싶은 겁니까”라고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가헌이 쉼 없이 공부와 집필에 열중하다 건강을 해칠까 염려하는 55년 벗의 우정 어린 고언이었다.
최완수 선생은 “분에 넘치는 축사였다”며 “좋은 친구들의 격려로 그 고된 일을 해내고 인연이 쌓여 추사 연구를 일단락 지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1966년 간송미술관에 들어간 뒤 한국민족미술연구소를 이끌며 수백 명 제자를 길러낸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 하실지 모르겠지만”이란 전제를 달면서 남은 꿈 하나를 얘기했다.
“추사가 남긴 명품을 여덟 분야로 나눠 원문과 번역문을 다 싣고 해설에다 보충 자료를 붙이고 시대별 인장(印章)까지 정리했으니 추사 서화 감상과 감정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그만 놓으려 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일이 연보를 토대로 추사 평전을 마무리 했으면 하는 것이지요. 제가 못하면 제자들이 하겠죠.”
‘학신(學神)’과 욕심쟁이 스승의 마지막 희망을 들으며 제자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