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호기심 가득 품고 출장을 떠났다. 울산과 경계를 하는 부산 기장에서도 ‘대변항’이 멸치 집산지다. 소담한 포구 대변항은 매년 이맘때면 한바탕 소동이 인다. 새콤달콤한 멸치회와 고소한 멸치구이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 계절 기장에선 입만큼 눈도 즐겁다.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봄맞이 풍경이 대변항 포구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후 2~3시 대변항 부산 동부수협 앞 부두에 고깃배가 들어선다. 선원들은 고기를 나르는 대신 그물을 펼친다. 초록색 그물에 어른 검지손가락만 한 은빛 멸치들이 다닥다닥하다. “어야디야 어야디야.” 장정 예닐곱이 노동요를 부르며 그물을 털기 시작한다. 그물에 걸린 멸치는 요동을 참지 못해 제 몸을 분리한다. 대가리는 그물에 그대로 걸려 있고 살찐 몸통만 하늘로 튀어 오른다. 그렇게 30~40분 작업을 하고 나면 선원들 얼굴엔 온통 은빛 비늘 범벅이다. 노동요를 부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군무 같기도 하고, 주술의식 같기도 하다.
회로도 먹고 구워도 먹는, 그 기막힌 맛
강 사장에 따르면 기장 사람들은 예부터 집집마다 멸치를 많이 먹었다. 가장 구하기 쉬운 생선이어서다. 구이‧찌개‧조림은 기본이고 동그랑땡‧회 등 다양하게 요리했다. 그렇게 가정집에서 먹던 멸치 요리가 상품화된 것은 90년대 초. 기장 멸치를 알리기 위해 매년 4월 멸치축제를 열면서 자연스레 요리도 대중화했다. 올해 기장 멸치축제는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강 사장은 가게 밖에 석쇠를 놓고 멸치를 굽는데, 이 냄새가 아주 기가 막히다. 말 그대로 발길을 붙잡는다. 뼈째 씹어 먹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 멸치구이(2~3인) 2만원. 다음으로 맛본 음식은 멸치회무침(2~3인, 2만원). “동생한테도 안 알려줘. 이거 양념 어떻게 만드는지.” 강사장은 “레몬즙을 넣어 만든 특재 초장”이라고만 설명했다. 껍질을 벗기고 뼈를 발라낸 멸치와 잘게 썬 사과‧미나리‧당근‧양배추 등을 넣고 초장을 뿌린 다음 골고루 비벼낸다. 양념에 버무려진 멸치회는 전혀 비리지 않다.
글·사진=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