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현 상황이 1993~94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초기 ‘1차 북핵 위기’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른바 평행이론이다.
한·미 정권 교체기에 북한 '벼랑끝 전술' 구사
클린턴 '외과수술식 공습' 검토…트럼프, 핵항모 보내
패트리엇·사드, 요격미사일 배치 문제도 닮아
일본 등 주변국 반응 예민해져 "자국민 철수 검토"
"미사일 쏘면 요격…핵실험엔 전술핵 재배치 카드"
"당분간 북·미 힘겨루기…대화 준비 모습도 보여"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공습해 궤멸시킨 사례(오페라 작전)를 모델로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오시라크 옵션’이 최종 검토됐다. 외과의가 환부만 도려내는 수술을 하듯 원포인트 공격(surgical strike)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1차 북핵 위기 이후 제네바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등은 당시 상황을 정리한 『북핵 위기의 전말』이란 저서에서 “주한미군을 늘리고 미국민을 철수시키는 등 군사행동으로 실행하기 위한 시나리오들이 백악관 최고위급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밝혔다. 또 당시 현장에 있던 미 외교관의 입을 빌려 “1점에서 10점(공황상태)까지 점수를 매긴다면 당시 서울은 6점 정도였고, 그 점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고 긴장도를 설명했다.
현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돕지 않으면 미국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있으며 행동할 때에는 미리 알리지 않고 단호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한반도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서둘러 배치하는 모습도 판박이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은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을 주한미군에 배치했다. 1994년 3월 19일 남북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꺼낸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국내 반발로 패트리엇 배치에 부정적이었던 김영삼 정부도 북한의 협박에 결국 배치 동의로 돌아섰다.
지난 11일 일본 외무성은 ‘해외안전 홈페이지’에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한반도 정세에 관한) 최신 정보에 귀를 기울여라”는 글을 게재했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주의령이 아니라 해도 우방국을 대상으로 (일본이) 매우 이례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면서 “외국인 관광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포어사이트는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의 귀임 시점을 결정하는 데 북한 발 위기가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 북핵 시설을 폭격할 가능성은 낮게 판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거나 원점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핵시설의 경우 방사능 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에서 평양까지 거리는 약 80㎞로 핵시설 파괴 시 방사능 오염 범위 안에 들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정 실장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가 밝혔듯 북한의 핵개발은 이미 너무 많이 진전돼 선제공격이 어렵다”면서 “북·미 간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 되겠지만 이후 북·미가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미국이 협상카드를 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김정일 시대에 사라졌던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킨 것도 일종의 대화 창구 준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