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을 머물고 있는 외신 기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30분(한국 시간 오전 7시)쯤 '빅 이벤트'가 있다며 기자들을 여명거리로 안내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등장했다. 박 총리는 "여명거리는 핵폭탄 100개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김일성 생일 전에 여명거리 완성을 지시했다"며 "이날 행사가 준공식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명거리는 지난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평양 시내 북부에 있는 영생탑 인근에 건설중인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3일 “여명거리 건설 총공사 실적(공정)이 93%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지난 3일에는 “교육시설들과 봉사(서비스)망들의 운영준비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김정은도 지난달 16일 새벽을 비롯해 여러 차례 건설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인 '작품'이다.
평양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명거리는 27만 여㎡에 4000여 세대의 살림집(아파트)와 44동의 고층 건물과 생활편의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주민생활 환경을 개선해 지도자의 애민 사상을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대적인 건설을 통해 주민들에게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도 끄떡 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빅 이벤트'라는 북한 당국자의 언급이나 '여명거리를 핵무기'에 비유한 박 총리의 언급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입구에 여명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선전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정보 당국자는 “평양 시내로 들어 가려면 북부 외곽 지역에 위치한 순안공항을 출발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지나 영생탑을 거치도록 도로가 설계돼 있다”며 “지형적인 이유도 있지만 북한이 신으로 여기는 김일성, 김정일의 상징물을 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처럼 여명거리 역시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공사 시작후 연말까지 수십층 건물 44동 건설 속도전
김정은 지시로 평양 관문 27만여 제곱미터에 신도시 건설
4000여 세대 1년간 밤낮 속도전 안전에 문제 우려도
지난해 5월 11일 촬영한 사진은 영생탑과 김일성종합대 인근 일부 지역에서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8월 28일 촬영한 사진에는 골조가 올라가고 잔디밭이었던 곳은 공사장으로 바뀐 모습이다. 또 9월 24일과 10월 5일 촬영된 사진에는 70층을 비롯해 대부분의 건물 외형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공사를 시작한 지 5~6개월 만에 수십 동에 달하는 건물을 동시에 올린 셈이다. 이후 북한은 외부 타일 부착과 내부 인테리어 등을 통해 1년여 만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1980년대 초 창광거리, 80년대 후반 만경대 거리, 90년대 문수거리, 통일거리 등 각종 거리 현대화를 통해 리모델링 사업을 해 왔다”며 “당시에도 속도전으로 건설 속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수 년에 걸쳐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여명거리는 선전과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도 검사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일단 준공을 하고 하자 보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