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이대 이렇게 만들어 죄송­ … 딸 유라는 학사비리 책임 없어”

중앙일보

입력 2017.04.13 02:26

수정 2017.04.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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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가 12일 딸 정유라씨의 이대 특혜입학 의혹과 관련한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 전날까지 입었던 수의 (오른쪽 사진) 대신 사복 차림으로 나와 시선을 끌었다. [뉴시스]

“여기 계신 이화여대 관계자분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정말 사과드립니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첫 재판에서 정씨 어머니인 최순실씨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에게 공개적으로 이같이 말했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가던 최씨는 “명문대인 이화여대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최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입학 전엔 이화여대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몇 년 만에 승마 특기생을 뽑는다고 해서 막판에 원서를 넣은 것뿐인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책임은 딸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재판서 울먹이며 사과
“입학 전 이대에 아는 사람 없었다”
김종 통한 특혜 의혹은 부인

그는 “유라는 독일에서 유학하길 원했고 학교에 가길 원하지 않았다. 2학기에 휴학하려고 했더니 교수님들이 그냥 수강하는 걸 권해서 그런 거지 (학사비리를 저지를) 그런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점 관련 특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씨는 “유라가 청담고에서 퇴학 처분을 받아 중졸이 된 것에 대해서도 부모로서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최 전 총장도 “최순실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이런 변명을 해서 죄송하지만 최순실이란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관리자로서 책임져야 할 것은 져야 하지만 잘 살펴서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당시 우수 학생 유치가 학교 정책이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비화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차은택·송성각 징역 5년씩 구형


한편 검찰은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차은택(전 CF 감독)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 나선 지 6개월 만의 첫 구형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차씨 등의 결심 공판에서 차씨에 대해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비선 실세가 돼 국가 권력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씨에 의해 그 커리어가 이용당한 측면이 있지만 횡령 외의 범죄를 부인하고 있어 개전의 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들 중 최상위층에 속해 있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 점을 고려해 징역 5년에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송 전 원장에 대해선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의 신분을 망각하고 범행을 저지르고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본 법정에 이르기까지 개전의 정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 추징금 37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에 대해 징역 3년, 김홍탁 전 모스코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