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 기자의 패킹쿠킹](36) “밖에서 놉시다” - 우리 같이 캠핑해요

중앙일보

입력 2017.04.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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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시작할 때 장비준비를 혼자서 하는 건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것을 빌려주는 글램핑이나 렌털 숍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캠핑 스타일도 찾고 같이 어울려 캠핑할 수 있는 동호회 모임을 적극 추천합니다.  


벚꽃 만개 캠핑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바람이 쌀쌀해서 아늑한 쉘터안에 모였습니다. 장진영 기자

 
처음 동호회 주최 캠핑에 참석했을 때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약간의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지요. 캠핑 초보였기에 장비 사용법부터 꿀매 구매법까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동호회에서는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똘봉이·왕뚜껑·캠퍼레인·봄냥 등. 호칭이 자유로우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여러명이 같이 하는 캠핑이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따로 꾸미기도 합니다. 장진영 기자

 
 사람 모이는 곳엔 언제나 사건이 있기 마련이죠. 인간 관계의 소소한 갈등, 금전적인 부분, 깨빡난 연애 등으로 발전적 해체를 거듭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벙개캠핑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나이는 같지 않지만 캠핑을 주제로 끈끈하게 맺어진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캠핑경력 3년차인 지인의 애견들. 장진영 기자

 

즐거운 기분만큼 잔을 흥겹게 모아봅니다. 장진영 기자

 
아직은 코끝에 스치는 바람이 쌀쌀한 어느 봄날 너른 벌판에 모였습니다. 가족·연인·친구 등 각자의 방식으로 캠핑하는데 우린 ‘아직 결혼 안 한 싱글들'의 모임입니다. 이곳에서 분홍빛 무드는 꿈꾸지 않습니다.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하거든요(애석하게도 여초현상입니다). 순수하게 캠핑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캠핑의 일상도 매우 단순합니다. 바람을 막아줄 쉘터에 모여 맥주잔을 부딪치다가도 각자의 시간을 갖습니다. 책을 읽거나, 밀린 잠을 자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하면서 말이죠.  

모닥불의 온기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장진영 기자

우리만의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룻밤은 짧기만 하네요. 장진영 기자

 
어둑해질 무렵에는 온기를 찾아 모닥불 앞으로 모입니다.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봄바람이 지나갑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의 밤이 깊어갑니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