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그러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입학 전엔 이화여대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몇 년만에 승마 특기생을 뽑는다고 해서 막판에 원서를 넣은 것 뿐인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책임은 딸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라는 독일에서 유학하길 원했고 학교에 가길 원하지 않았다. 2학기에 휴학하려고 했더니 교수님들이 그냥 수강하는 걸 권해서 그런 거지 그런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점 관련 특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씨는 "유라가 청담고에서 퇴학처분을 받아서 중졸이 된 것에 대해서도 부모로서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최 전 총장도 "최순실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이런 변명을 해서 죄송하지만 최순실이란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관리자로서 책임져야할 것은 져야하지만 잘 살펴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당시 우수 학생 유치가 학교 정책이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비화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다른 법정에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재판에선 ‘블랙리스트’를 전달 받아 실행한 문체부 실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과 지시사항을 문체부 국장을 통해 받았다. 이후 지역 보조금 등을 배분하는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명단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기춘 등 '블랙리스트' 재판에 실무자 첫 증언
"공무원에겐 청와대가 가장 강력해 저항 못해"
오씨는 문화·예술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공무원으로서 가졌던 자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10년 이상 이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지원이 없으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고, 당시 집행 사무관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