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유라는 책임 없어…명문대 이렇게 만들어 죄송"

중앙일보

입력 2017.04.12 17:05

수정 2017.04.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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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이화여대 관계자분들이 이런 일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정말 사과 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12일 열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첫 재판에서 최씨가 사과했다. 최씨는 최경희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과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최씨는 “명문대인 이화여대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는 울먹였다.


 최씨는 그러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입학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최씨는 "입학 전엔 이화여대에 아는 사람도 없었다. 몇 년만에 승마 특기생을 뽑는다고 해서 막판에 원서를 넣은 것 뿐인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사비리의 책임은 딸이 아닌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라는 독일에서 유학하길 원했고 학교에 가길 원하지 않았다. 2학기에 휴학하려고 했더니 교수님들이 그냥 수강하는 걸 권해서 그런 거지 그런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점 관련 특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씨는 "유라가 청담고에서 퇴학처분을 받아서 중졸이 된 것에 대해서도 부모로서 마음이 그렇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최 전 총장도 "최순실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은 “이런 변명을 해서 죄송하지만 최순실이란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관리자로서 책임져야할 것은 져야하지만 잘 살펴서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당시 우수 학생 유치가 학교 정책이었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학생은 외국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비화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다른 법정에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재판에선 ‘블랙리스트’를 전달 받아 실행한 문체부 실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오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과 지시사항을 문체부 국장을 통해 받았다. 이후 지역 보조금 등을 배분하는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명단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기춘 등 '블랙리스트' 재판에 실무자 첫 증언
"공무원에겐 청와대가 가장 강력해 저항 못해"

 오씨는 “왜 청와대의 지원배제 요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냐”는 특검팀 측의 질문에 “공무원에게는 BH(청와대)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시를 거부할 수 없고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구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다고 (상관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했지만 BH와 연결됐기 때문에 저항을 생각할 수 없었고, 이는 과장과 국장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문화·예술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공무원으로서 가졌던 자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10년 이상 이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지원이 없으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굉장히 괴로웠고, 당시 집행 사무관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