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1923년 경북 하양 출생으로 경북여고 재학 시절 투포환 선수로 활동했다. 당시 조선신궁봉찬체육대회(현 전국체전)에 출전해 1939년부터 3회 연속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단거리와 높이뛰기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엄격한 가정의 반대로 이화여전 가정과에 입학했다.
1955년 영화 '미망인' 만든 첫 여성 감독
투포환 신기록 수립하고 부모 반대로 포기
집안에서 결혼 강요하자 신문기자로 전향
한국전쟁서 종군촬영하며 영화 기초 다져
‘미망인’은 당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전후 미망인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다뤘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어린 딸과 살아가는 과부가 매력적인 청년과 사랑에 빠져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내용이 당시 뿌리 깊은 전통 유교 사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잡지ㆍ출판사 등에서 일하던 고인은 9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같은 고인의 사연은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2001)을 통해 재조명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등 활발하게 영화를 연출하던 임순례 감독이 미국 현지 자택을 찾아 선배 여성 감독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고인은 "'한 살 배기 아이를 들쳐업고 '미망인'을 촬영할 당시 죽을 만큼 고생했지만 눈물이 나도록 그 당시가 그립다'고 회고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