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값이 1130원대로 떨어진 건 지난달 17일 1130.9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원화 값 달러당 1133원, 약세 전환
외국인 증시서 930억원 순매도
“대내외 변수 많아 8월 돼야 안정”
자료 : 한국거래소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화 절상이 빠른 속도로 이뤄졌는데 이에 대한 ‘되돌림 현상’ 성격도 있다”며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원화 역시 그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일본 100엔당 원화 값(재정환율 기준)은 1025.38원으로 하루 새 9.34원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국내 주식 9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순매도) 원화 값이 떨어지는 데 일조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원화가치 하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책임연구위원은 “공개된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으로 해석되긴 했지만 미 Fed의 자산 축소에 대한 우려와 긍정적인 미 경제지표로 미 달러는 주요 통화에 강보합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Fed는 5일(현지시각) 자산 축소를 시사했다. Fed는 그동안 채권이나 주택담보부증권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현금을 뿌려왔다. Fed는 앞으로 이 규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양적완화 중단→기준금리 인상→채권 매입(자산) 축소’ 수순을 예정대로 밟아나가겠다는 Fed의 로드맵은 달러화 몸값을 다시 올려놨다.
국내 외환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 미 환율보고서 발표, 한국 대통령 선거까지 시장을 흔들 재료가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과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결과가 나오는 이후까지는 원화가치 변동성이 이어지는 장세는 불가피하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 Fed의 통화정책, 대북 위험, 트럼프 통상 압박 정책과 재정정책 현실화 가능성 등 모두가 방향성이 모호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이런 변수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7~8월까지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내내 원화가치는 대내외 이슈에 따라 급변동을 반복할 전망”이라며 “다만 그 진폭은 1100원대에서 1140원대 사이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