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세계 23위)은 지난 3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여자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 2차전에서 영국(21위)을 3-1로 꺾었다. 한수진은 1피리어드에 상대 골리의 다리 사이를 뚫는 골로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2일 슬로베이나(24위) 1차전 5-1 승리에 이어 2연승이다.
연세대 기악과 출신 피아니스트
초등생 때 맛본 ‘스틱’ 못잊어 도전
말리던 어머니도 이젠 찾아와 응원
“저요, 다혈질에 승부욕 엄청 강해”
강릉 세계선수권 1·2차전 승리 견인
오늘밤엔 작년 이겨본 북한과 격
“아이스하키를 하겠다”는 딸의 ‘폭탄선언’에 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한수진은 어머니 몰래 아이스하키 장비를 사들였다. 하루는 새벽에 잔뜩 화가 난 어머니가 그를 깨웠다. 장비 구매 영수증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들킨 것이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피아노로 대학에 가면 아이스하키를 허락하겠다”고 조건부로 승낙했다.
한수진은 그 해 어머니 바람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남자 뿐인 대학 아이스하키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2007년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뽑혔다. 그는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면 나홀로 번호표를 달고 무대 위에 올라가 외로운 싸움을 한다. 떨려서 악보를 까먹기도 했다. 반면 아이스하키는 옆에 늘 동료들이 있다. 아이스하키 쪽 구호인 ‘원 바디(우리는 한몸)’가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세계 무대에서 동네북 신세였다. 2007년 일본에 0-29로 참패했다. 아는 사람들이 “비전도 없는 걸 왜 하냐” “한달에 120만원(국가대표 하루 훈련수당 6만원) 벌어 생활이 가능하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럴 때면 그는 “전엔 국가대표 하루 수당이 3만5000원이라 월 60만원을 받은 적도 있는데, 두 배로 늘지 않았냐”고 받아 넘겼다.
짙은 쌍꺼풀이 매력적인 한수진은 인터뷰 장소에 FC바르셀로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다. 그는 “머리카락은 걸리적거려 짧게 잘랐다. 좋아한다던 남자도 있었지만 3년째 솔로”라며 “드레스를 입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보다 빙판 위에서 스틱을 잡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말투가 나긋하다”는 말에 곧바로 “다혈질에다 승부욕도 엄청 강하다”는 반격이 나왔다.
호주(28위)와 3차전까지 마친 한국은 6일 오후 9시 북한(26위)과 격돌한다. 2003~14년 북한을 상대로 4전 전패였던 한국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북한을 4-1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그는 “북한 선수들은 스피드가 빠르다. 지난해 이겼다고 절대 얕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8일 네덜란드(19위)전까지 치러 5개국 중 1위를 하면 디비전1 그룹B(3부리그)로 승격한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