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면 어느샌가 어김없이 찾아오는 '지름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지름신을 어떻게 교통정리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자.
흔히 고성능 차량을 타고 가속하는 경우, '시트에 몸이 파묻힌다'는 표현을 한다. 고성능 차량으로 손꼽히는 BMW의 M시리즈 차량으로 가속시 경험할 수 있는 종방향 중력가속도는 0.5~0.6G가량이다.
이마저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중력가속도를 무게로 바꿔 이야기해보자.
80kg의 남성이 운전한다는 가정 하에, 이 남성은 감속 과정에서 88kg의 힘을 받는 것이고, 선회 과정에서 104kg의 힘을 받는 것이다. 운동할 때 이용하는 덤벨의 무게와 비교해보자. 또는 기구에 무게추를 80~100kg에 설정해 운동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수치가 "호들갑"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600kg~1700kg에 달하는 자동차는 얼마만큼의 힘을 받는 것일까. 2톤을 훌쩍 넘는다. 그럼, 그 힘은 무엇을 통해 작용과 반작용을 할까. 여기에 '지름신'에 대한 답이 있다. 지름신을 만나기 전 해야 할 일과, 무엇부터 보강해야하는지 말이다.
크기나 가격에 상관 없이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4개의 타이어를 통해 지면과 접촉한다. 그리고, 4개의 둥근 타이어가 실제 지면과 만나는 면적은 보통 A4용지 크기에 불과하다. 이를 '컨택 패치(Contact patch)'라고 일컫는다.
자동차는 이 좁은 컨택 패치를 통해 달리고, 멈추고, 굽이진 길을 돌며, 차량의 무게를 분산시킨다.
여기서 정상적인 마찰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첨단 안전장비를 장착한들 무용지물이다. 관성이나 중력 가속도에 의해 미끄러지는 한낱 쇳덩이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출력을 높이거나 외관을 아무리 '빨라 보이게' 꾸민다 한들, 타이어에 대한 이해 없이는 결코 빨라지거나 잘 달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무조건 좋은 타이어, 비싼 타이어를 사면 되는 것일까?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나 먼저 타이어의 적정 공기압부터 찾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차량마다 또는 타이어마다 '적정 공기압'은 각기 다르다. 또, 타이어 공기압은 주행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주행시 타이어의 온도는 지면과의 마찰로 올라간다. 타이어에 주입된 공기의 온도도 이에 따라 올라가고, 그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부피도 커진다. 때문에, 급제동과 급가속이 만연한 서킷 주행에선 무엇보다 공기압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공기압과 더불어 휠·타이어의 정렬을 손보는 얼라인먼트 작업을 통해 코너링 과정에서 타이어의 컨택 패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얼라인먼트 세팅의 차이는 운전자가 실제 서킷에서 코너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돈이 문제여서 그렇지, 곧장 최상급의 자동차, 최상급의 튜닝파츠, 최상급의 타이어를 구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떤 차를 타든, 어떤 튜닝을 했든, 주행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타이어에 대한 이해는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스포츠 타이어도 부담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럼, 공기압만이라도 잘 조정을 해보자. 기존에 장착된 타이어의 한계, 그리고 그 타이어와 자동차가 만들어낸 조합의 한계까지 아직 갈 길이 멀 것이다. 타이어에 넣고 빼는 공기까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