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부른 新시민운동, 엄마들의 반란 '미대촉'

중앙일보

입력 2017.04.05 15:38

수정 2017.04.0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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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미대촉 3차 집회. [사진 미대촉]

◇4만4000 회원 80%가 30~40대 여성
 
‘미대촉’은 지난해 5월 인터넷 카페로 시작됐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라는 단순 명료한 문장을 줄인 이름은 최근 회원 4만4000명의 시민단체로 급성장했다. 인터넷 카페 미대촉은 지난해 5월 한 대학생이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해보자”며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며칠 간 신규 가입자가 하루 평균 1000여 명에 육박한다.


 활동을 주도하는 건 사회 운동가 출신이 아니라 자녀를 둔 30~40대 여성들이다. 대표격으로 미대촉을 이끌고 있는 이미옥(38)씨 역시 경기도 안산에서 4세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다. 2013년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는 기사를 통해 처음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됐다는 이씨는 “회원의 80%가 30~40대 여성이다. 나 역시 특별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크지 않았다. 관련 단체에서 활동을 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활동가들이 모였지만 활동은 야무지다. ‘미세먼지 대책 특별법’ 발의 과정에도 꾸준히 의견을 냈고, 주무를 맡은 환경부와 네 차례에 걸쳐 면담을 했다. 그밖에도 3차례에 걸친 집회와 각종 토론회, 서명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다 보니 국회 간담회나 집회를 하러 나갈 때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다닌다. 아이들을 집 안에 방치해둘 수 없어서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44페이지 짜리 ‘정책제안서’를 만들었다. (1)어린이집·학교에 공기청정기·환기설비 설치 의무화 (2)미세먼지 기준치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으로 강화 (3)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등이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3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미옥 미대촉 대표. [사진 미대촉]

◇노골적 정치색 배제하고 미세먼지 문제에 집중
 
미대촉의 자발적 활동이 두각을 드러내자 기존 시민단체들은 “연대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대촉은 이를 거절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절실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의견 차가 결정적이었다. 이미옥씨는 기자회견 내용을 봤는데 국내 문제 얘기하고 국외 문제는 언급조차 없어서 어렵겠다 생각했다. 우리도 외교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중국의 속국도 아닌데 정부가 노력하는 모습 정도는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건 단체 규정을 통해 제한한다. 지난해 12월 만든 운영규칙에는 ‘정치적 비난, 정치적 목적의 게시물 반복 게재’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미옥씨는 “정치 논쟁으로 비화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시작하니까 미세먼지 문제는 정작 뒤로 가버리더라. 미세먼지 문제 대책에 소극적인 정치인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더라는 류의 의견은 자제해달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건 결코 아니다. 미세먼지 대책 마련은 결국 정치를 통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의견을 전달하는 데는 열심이다. 정책제안서를 일부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미세먼지 특위 위원장을 맡은 송옥주 의원과도 조만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미대촉 운영진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정치권이 관심을 보이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이미옥씨는 “우리 회원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공약을 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면 뽑겠다고 한다. 소속에 관계 없이 미세먼지 문제에 신경 쓰고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정치인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