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이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됐다. 고령화, 비만 인구 증가 때문이다. 이런 병이 있으면 졸리고 항상 피로하다. 이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병·만성폐질환·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수술로 혀뿌리나 입안 공간 확장
성공률 50% … 비싸고 합병증 우려
잘 때 입에 공기 넣는 양압호흡기
적응 쉽지 않아 30~50%만 성공
살빼기, 금연·금주, 모로 누워 자기 …
생활습관 바꾸면 증세 줄일 수 있어
수면 무호흡증 치료법은 침팬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혀 뿌리 뒷부분 공간을 보면 인간은 좁고 침팬지는 넓다. 좁은 공간을 공기가 통과할 때 미세한 떨림이 생기고 다양한 발음이 나온다. 나이가 들어 기도의 근력·탄력이 떨어지면 코골이가 더 쉽게 생긴다.
둘째, 입안의 공간을 넓히는 수술이 있다. 혀가 있는 아래를 제외하고 목젖과 입천장(연구개) 일부, 양쪽 편도와 주변 점막의 일부를 잘라낸다. 평균 성공률은 50% 안팎이다. 경험 많은 전문의는 70~80%에 이른다.
셋째, 혀 뿌리 수술이다. 턱뼈를 일부 잘라 혀 근육을 앞으로 내밀게 해 기도를 넓혀준다(이설근 전진술).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조형주·황치상 교수팀이 1월 해외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1명의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구개(입천장)와 혀 뿌리 수술을 하고 24개월 추적했더니 22명의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감소율이 50%를 넘었다.
비수술 요법 중에는 양압호흡기(CPAP) 치료가 널리 쓰인다. 아나운서 전현무씨가 사용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 기기는 자는 동안 입안으로 일정하게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혀 뿌리 부분의 간격을 유지시켜 코골이를 방지한다. 잘 활용하면 수면 무호흡증이 마법처럼 사라진다. 10년 넘게 심한 코골이를 한 차모(64·여·경기도 남양주시)씨는 2년 전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받았다. 키 1m58㎝, 체중 90㎏(체질량지수 36)으로 심한 비만이었다. 차씨는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머리가 아팠는데 양압호흡기를 쓴 뒤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눈을 뜬다.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 호주 시드니대, 중국 광저우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세계적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45~74세 2717명의 양압호흡기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기기를 착용한 그룹은 시간당 수면 무호흡 증상이 평균 29회에서 3.7회로 줄었다.
양압호흡기는 기계 값이 200만~300만원이다. 수면검사에도 50만~80만원 든다. 둘 다 건강보험이 안 된다. 미국·일본·호주, 일부 유럽 국가 등은 건보가 된다. 한국도 환자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건보를 적용할 때가 됐다. 길게 보면 심장병·뇌질환 등을 예방해 비용이 덜 든다. 양압호흡기는 적응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코·입에 마스크(또는 호스)를 착용한 채 잠자기 쉽지 않고, 자신도모르게 벗어버리기도 한다. 사용자의 30~50%만 적응한다. 안씨는 수술한 뒤 무호흡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무엇보다 치료 이전에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살 빼기, 옆으로 누워 자기, 금연·금주다. 살을 빼면 입안 공간이 넓어지고, 옆으로 누우면 혀 뿌리 부분 조직이 상기도와 닿지 않아 코골이가 완화된다.
◆김경수 교수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총무·고시 이사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