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는 한국의 사활적인 이해다. 핵심 이익을 넘는 생사존망의 문제다. 중국에 대만, 티베트, 달라이 라마가 핵심 이익이나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간 중국은 우리의 생사가 달린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서 자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거의 배려해 왔다. G20 중 한국보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배려하는 나라는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없을 것이다.
경제 공격형 중국 사드 보복
우리에게 큰 타격은 못 주고
한·중 관계 환상 깨는 계기 돼
건강한 전화위복 기회 될 것
한국은 중국이 핵 미사일에 관해 북한의 역성을 들더라도 배신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름의 이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배신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주권국가에 쓰는 중국도 이해할 수 없고, 이런 발언을 그냥 넘기는 우리 쪽은 더 이해할 수 없다. 무슨 곡절인지 궁금하다. 중국이 ‘배신’한 한국에 가하는 보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 아닐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사안의 명분이 약해 중국의 강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한국의 안보 이해는 사활적이지만 중국의 사드 관련 이해는 상대적으로 사소하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군사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다. 이 점은 러시아도 인식하는 듯하다. 러시아의 사드 반대가 강렬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처럼 상호이익에 격차가 큰 사안을 갖고 중국이 관계 전반에 걸친 보복을, 그것도 뒤에서 조종하는 식으로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 물질적 타격을 주고 중국은 국가 위신에 타격을 입고 머지않아 멈출 것이다. 그 후 정치적·군사적 대처는 있을 수 있다.
둘째, 대선 국면인 지금 한국을 압박해야 진보 집권 시 번복이 기대된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개연성은 적다. 진보가 집권하면 보수는 결속해 오는 총선에서 세를 만회하려고 벼를 터인데, 그 공격의 호재가 안보다. 진보 진영도 이 정황을 알기 때문에 번복이 쉽지 않다.
셋째, 일단 한국에 타격을 주어야 미사일방어 등 후속 한·미 간 안보 협력을 억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긴 한데, 역시 그대로 되기는 어렵다. 한·미 연합 방위는 주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달려 있다. 그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여론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으므로 중국의 보복이 미칠 영향은 부차적이다. 더욱이 중국이 사드로 끼친 손해가 여론에 투영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넷째, 앞의 논점을 다 인정하더라도 당장의 손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마저도 건강한 한·중 관계를 위한 수업료로 간주될 수 있다. 그간 중국은 한국을 끌어당기려고 노력해 왔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우리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선 것이 성과를 상징한다. 당시에도 대중 경사와 중국의 한국 경시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사드 보복으로 우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국민적 성찰이 시작된 셈이다. 지금 대선 과정도 그 일부다. 계속되는 보복은 범사회적 대중 정책 리뷰 과정을 추동할 것이다. 결국 한·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덜어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고 관계는 뉴노멀을 지향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건강한 방향이니 전화위복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타격은 심하지 않고 역효과 개연성이 크며, 피해도 장기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이 보복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의 전망이다. 곧 미·중 정상회담이 있고,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중국도 사드 관련 중간점검을 할 것이다. 판단은 중국 몫이다. 그러나 중국이 감안하도록 현실을 진솔하게 제기하는 것은 한·중 우호를 바라는 친구로서 우리의 도리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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