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어제 17번 홀에서 말입니다. 퍼트하기 앞서 공을 잘못된 위치에 리플레이스 했더군요. 오소 플레이로 2벌타, 스코어카드 오기로 2벌타, 합쳐서 4벌타를 부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 첫 LPGA 메이저 대회 명승부
톰슨, 전날 퍼팅 때 공 다시 놓기 위반
뒤늦게 밝혀져 다 잡은 우승 놓쳐
차분히 타수 줄여 선두 오른 유소연
연장승부 끝에 ‘호수의 여왕’ 등극
“시청자가 경기 좌우 안 돼” 논란도
“뭐라고요,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톰슨은 이 사건으로 결국 ‘원구와 다른 잘못된 위치에서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는다’는 골프규칙 20조7항과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내면 2벌타를 받는다’는 6조6항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져 4벌타를 먹고 경기를 계속해야 했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LPGA투어 ANA인스퍼레이션 최종 4라운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톰슨이 벌타를 먹고 주춤한 사이 유소연(27·메디힐)이 차분하게 타수를 줄이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결국 유소연은 합계 14언더파로 톰슨과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 첫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 우승상금은 40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 박인비(29·KB금융그룹)와 호주동포 이민지(21),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나란히 13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유소연은 마지막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잡아내는 눈부신 플레이를 펼친 끝에 우승했지만 대회가 끝나고도 ‘벌타 논란’은 계속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청자가 경기위원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회를 마친 뒤 톰슨은 “리플레이스를 잘못한 건 100% 고의가 아니었다. 이 대회를 통해 많이 배웠다. 나를 응원해 준 많은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톰슨에게 벌타 소식을 직접 전했던 수 위터스 LPGA 경기위원은 “톰슨에게 벌타 소식을 전하는 일은 무척 괴로운 일이었다. 오늘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ANA 인스퍼레이션(전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린 미션힐스 골프장은 2012년 김인경(29·한화)이 마지막날 18번홀에서 30cm거리의 챔피언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국내팬들에게도 익숙한 장소다. 당시엔 김인경이 손쉬운 퍼트를 놓친 뒤 연장전을 벌인 끝에 유선영(31)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